환경캠페인 '녹색가게'운동…연내 전국 100곳에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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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국민들의 소비행태 혁신을 통해 뛰어넘고자 중앙일보는 YMCA와 함께 '녹색가게 운동' 을 벌인다.

이 캠페인은 올해 전국 1백개의 지역에 '녹색가게' 라는 상설 알뜰매장을 설치, 주민들이 중고생활용품 교환.기증.구입을 생활화해 가계비 절약과 자원 재활용.쓰레기 줄이기의 일석삼조 (一石三鳥) 를 겨냥한다.

서울서초구반포동 서초구민체육센터 지하 1층. 8평 남짓한 '서초 녹색가게' (서울YMCA 1호점)에 30대 주부가 오른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쌍둥이 딸과 함께 들어왔다.

“우리 주아와 주희가 입던 옷들인데 키가 부쩍 자라 못입어요. 요건 아빠 양복인데 아직 멀쩡해요. ” 쌍둥이 엄마가 옷가지를 건네주자 녹색가게 자원봉사자인 이자경 (李慈卿.46.주부.서초구방배동) 씨는 즉석에서 가격을 매긴다.

“바지 3백원, 윗도리 2백원, 양복 1천원, 넥타이 1백원…. 모두 3천원어치군요. 1천5백원어치의 필요한 물건을 마음대로 고르세요. ” 李씨가 쿠퐁을 건네주자 쌍둥이 엄마는 옷.완구.잡화.가방 등 4백여종의 재활용품이 놓여있는 진열대에서 요것저것을 골라 딸들에게 보여준다.

“이 청색바지는 주희한테 잘 맞겠네. 주아야, 너는 곰인형이 어때?” 주아와 주희는 엄마가 골라준 새해 선물을 가슴에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아 (남성초등3) 는 “엄마와 함께 집에서 안쓰는 물건과 아파트단지내 헌옷들을 수집해 동화책이랑 옷.인형 등을 바꿔가는 일이 너무 신난다” 고 말했다.

이어 군대에 가기 전 입던 옷이 안맞아 모두 가져왔다는 최연택 (崔然宅.27.서초3동) 씨가 보따리를 펼쳐놓는다.

崔씨는 “녹색가게에서 재활용으로 IMF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며 '일반상식' '일본어문법' '영작문' 등 한아름의 취업준비서를 골라 기분좋게 가게를 나선다.

동네 아이들에게 헌옷을 나눠주기 위해 충청도 시골에서 올라온 70대 할머니, 아들 손을 부여잡고 신학기 참고서를 구하러 온 직장잃은 아버지 - . “두달간 하루 2백~3백명씩 모두 4천여명이 다녀갔어요. 이같은 서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애환을 '나몰라라' 하며 고가 외제품만 좋아하는 부유층들이 너무 야속해요. ” 쓰레기매립장에 짐이 될 뻔한 1만여점의 중고용품을 서민들이 친자식처럼 보듬어 안고 가져갔다고 말하는 李씨는 이미 녹색소비운동의 전도사가 돼있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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