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별난 기능 어때요” … 은행 카드는 아이디어 경쟁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사용 금액의 1%를 펀드에 투자하는 카드. 해외에서만 사용하는 카드. 아파트 관리비를 할인 해주는 카드.

은행들이 독특한 기능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예금·대출·펀드에 이어 이들 카드가 은행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신용카드 등이 은행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시중의 돈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은행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예적금 등의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 반면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은 작지만 직접적인 메리트를 내세워 고객 유치 효과를 보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카드는 할인, 캐쉬백 등 부가 기능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는 작은 메리트에도 소비자는 민감하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이 잇따라 새로운 카드를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1월 출시한 ‘KB 스윗 신용카드’는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젊은 여성을 위한 ‘스윗 드림 카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에듀맘을 위한 ‘스윗 하트 카드’,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스윗 라이프 카드’ 등 3가지 종류로 발급된다. 이들 카드는 월 30만원 이용 금액까지 5% 할인 받을 수 있는 것은 같지만 대상 업종은 다르다. 스윗 드림 카드는 적용 업종이 피부 전문 관리점, 화장품점, 서점, 동물병원 등이다. 스윗 하트 카드는 학원, 학습지, 서점 등 교육관련 업종과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 육아관련 업종이다. 스윗 라이프 카드는 병원과 건강검진센터, 약국 등 건강관련 업종과 골프장, 골프연습장, 스포츠센터 등이다.

하나은행이 4월에 내놓은 ‘하나 매일캐쉬백 카드’는 사용하는 카드 이용금액(건별) 2만원 당 100원을 현금으로 캐쉬백 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보통 캐쉬백이 포인트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현금으로 지급되는 점이 독특하다. 캐쉬백 금액은 신용카드 결제계좌가 하나은행인 경우 그 다음 영업일에 매일, 하나은행이 아닌 경우 다음달 초에 월 1회 결제 계좌로 입금된다.

2만원 당 100원은 건별로 산정된다. 단 할인 가맹점에서 사용한 금액은 캐쉬백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쉬백 금액의 한도는 없다.

SC제일은행의 ‘Spend & Save 신용카드’는 카드 사용금액의 1%를 적립하여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한달간 카드 사용 금액의 1%가 다음달에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상품에 이달 중순에는 투자 대상 펀드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 국내 주식 적립식 펀드와 결합한 이 카드를 내놓았다.

세제 혜택 국내 주식 적립식펀드는 인덱스 상품인 ‘KB스타 한국 인덱스 주식투자신탁’으로 주식현물에 주로 투자하며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분기별 300만원, 연간 12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마이 아파트 카드’는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 이체하면 관리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다.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관리비의 5%(최대 5000원까지)를 할인받을 수 있다고 이 은행은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출시된 이 카드 발급 건수는 지난 1월 일평균 69좌에서 2월 들어서는 일평균 658좌로 두 달여 만에 10배의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의 90% 이상이 이 카드로 자동이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기업은행 영업점 등으로 문의하면 거주 아파트의 자동이체 가능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 미리 사놓은 달러를 해외에서 인출 또는 물품 구매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해외전용 직불카드 상품인 ‘신한 유니트래블 카드’를 판매 중이다. 통상 해외에서 현금인출 또는 물품 구매에 카드를 사용하면 대금 청구 시점에 은행에 고시된 대고객 전신환 환율을 적용하여 환산된 원화 금액을 결제한다. 그러나 이 카드는 외화 예금을 결제 계좌로 이용하므로 환율이 좋을 때 달러를 미리 사 놓고 해외 현지 ATM에서 직접 인출할 수도 있고 물품구매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이 은행은 설명했다.

단 현금 인출할 때는 인출금액의 1% 와 인출 건당 2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물품구매 할 때는 물품구매 금액의 1%를 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은 해외장기 체재자들이 출국하면서 현금을 많이 가져가기 부담스러울 때, 해외에서 긴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들의 씀씀이를 관리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더원체크카드’는 해외에서도 신용카드처럼 물품구매가 가능한 체크카드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된 체크카드는 대부분 해외 물품구매 기능이 없거나 특정한 가맹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제한이 있다. 그렇지만 더원체크카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ATM기를 통한 예금인출과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더원체크카드와 해외여행을 하는 학생들의 필수품인 국제학생증을 결합시킨 상품으로 ‘더원 국제학생증체크카드’도 발급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V체크카드’는 후불 교통 기능을 제공하고 해외 가맹점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전 세계 VISA카드나 PLUS카드의 ATM기에서 예금 인출을 할 수 있고 전 세계 VISA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카드는 환전 우대와 고금리 수신 상품인 우리 AMA전자통장과 연계 시 5대 수신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준다고 이 은행은 설명했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