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심사평]석유시추 소재 신선…구성력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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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 온 17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금년도 응모작 가운데 특이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최근에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동성애가 소설의 주제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있어야 하며 작중인물의 내적인 욕망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최종심에서 고려의 대상이 된 작품은 이윤식의 '갈색날개' , 조윤정의 '알제리, 하씨 메싸우드' , 정경옥의 '신림동 은인' , 안중언의 '물의 신화' , 최재훈의 '춘광사설 (春光私說)' , 이소정의 '바리데기꽃' 등 6편이었다.

이 가운데 '춘광사설' 은 도처에서 소설적 재능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작가의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요구되는 작품으로 평가되었고, '신림동 은인' 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무의탁 노인으로 인해 2대에 걸친 고통과 절망의 체험을 기록한 점에서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결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고, '물의 신화' 는 가뭄으로 인해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을 그린 미래소설로서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구성력.묘사력이 뛰어나지만 좀 더 깊은 관찰이 요구되는 작품으로 평가되었고, '갈색날개' 는 비극적인 파멸을 겪는 가족 구성원간의 문제를 뛰어난 문장력과 상상력으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이지만 신인의 작품으로서의 새로움이 부족하다고 평가되었다.

마지막으로 '바리데기꽃' 과 '알제리, 하씨 메싸우드' 두 작품을 놓고 토론의 결과 '알제리, 하씨 메싸우드' 를 금년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뇌성마비의 아이를 중심으로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랑이 드러난 '바리데기꽃' 은 탁월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관찰로 높이 살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소설의 주제나 기법이 너무 전통적이라는 점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반면에 '알제리, 하씨 메싸우드' 는 사막에서의 석유시추라는 특수상황에서 대비되는 두 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신선한 소재를 균형있게 묘사하면서 탁월한 구성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작가들에게 보다 많은 정진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 김치수·이문구·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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