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성기능장애 속 끓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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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흔하고 문제가 되는 질병이지만 대부분 치료받지 못하는 병중의 하나가 여성 성기능장애다.

성의학자인 설현욱 박사는 "성 (性) 이 '인간의 권리' 임을 당연시 여기는 서구에서도 성기능장애는 보고율.치료혜택등에서 가장 많이 소외되는 질병" 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성이 억압돼 환자가 많은데도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밝힌다.

대표적인 여성 성기능 장애는 성욕장애.성교통.불감증등.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성기능장애도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며 특히 폐경후 증가한다.

자신의 성문제를 부정하거나 스스로를 심하게 억압하는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강박적성격.지적인 수준이 높은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 결혼생활 15년간 남편의 요구로 성행위를 해오면서도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P씨 (여.43) 는 남편이 성적 불만족으로 수시로 외도를 하자 비로소 병원을 찾았을 정도. 부산대의대 산부인과 김원회교수는 "오르가슴을 통해 성적 긴장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상태가 거듭되면 화.짜증이 자주나며 여기저기가 아픈 심신질환이 생기게 된다" 고 설명한다.

통상 완전한 성반응주기는 흥분기 - 고조기 - 오르가슴기 - 해소기의 4단계로 각 단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성기능장애로 진단된다.

각 단계에 따라 여성에게는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주관적 성적쾌감의 시기인 흥분기엔 골반내 혈관 충혈.질의 윤활화.외부생식기 팽창등의 변화가 온다.

30초~수분에 걸친 고조기엔 유방크기 25%증가.성기의 색변화등이 온다.

성기능장애는 질병.생식기의 해부학적 이상.약물복용.정신심리적 문제등이 원인. 외국통계에 의하면 성인여성 성기능장애 환자는 10%정도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박사는 "여성성기능장애는 치료율이 90%에 가까울 정도로 남성에 비해 치료효과가 좋다" 며 반드시 의학적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과학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해부학적 이상이 없는 환자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성교육.계몽.자위행위등 적절한 성치료만으로도 대부분 낫는다.

나머지 환자도 약물의 도움을 받거나 해부학적 이상을 교정함으로서 치료된다는 것. 드물지만 성욕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부위가 종양.뇌염등으로 손상받으면서 불유쾌한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성적 간질은 간질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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