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야간·주말진료로 불황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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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의료계에 불어닥친 IMF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밤까지 진료시간을 연장하는등 병의원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장비나 검사시약이 수입제품이므로 리스를 비롯한 환차손이 병원마다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것. 이때문에 중소병원에 비해 비교적 사정이 나았던 대형병원마저 병실을 폐쇄하거나 부도설에 휘말리는 진통을 겪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 이란 몸살을 앓고 있는 의료계로선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등 환자확보를 위해 야간진료와 주말진료란 수단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 야간및 주말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종합병원은 전국적으로 10여곳. 주말진료는 94년 이대동대문병원이 일요일 오후 소아과와 가정의학과 진료로 첫 스타트를 끊은 이래 최근들어 경희분당차병원과 원광대 전주한방병원등이 가세하고 있다.

개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야간진료는 아니더라도 토요일 오후진료는 기본이며 공휴일도 삼일절등 국경일을 제외한 휴일엔 진료를 계속하는 곳이 많다.

아예 24시간 진료를 표방하는 곳도 있다.

서울 청담동 방주병원의 경우 응급실을 이용해 24시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감기.몸살등 가벼운 증세의 환자도 원할 경우 언제든지 진료받을 수 있게 한 것. 그동안 예약환자 위주로 느긋하게 진료해왔던 치과 병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6년 신촌세브란스 치과병원이 매주 금요일 오후 야간진료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반개원가로 야간치과진료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서울시내에만 수십군데 이상의 치과의원에서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오후9시까지 진료하고 있는 서울 보문동 대한치과 한상학원장은 “오후6시부터 9시까지 야간진료환자는 전체 환자의 10%내외뿐” 이라며 “생각보다 야간진료의 호응도가 떨어진다” 고 말했다.

실제 93년 종합병원으론 국내최초로 야간진료를 실시한 경희대병원과 올해 외래환자가 많은 내과등 특정진료과목외에 정형외과등 전체 진료과목으로 야간진료를 확대 실시했던 서울강남병원은 최근 환자가 줄어 야간진료를 폐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의원들이 진료연장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은 환자가 급격히 감소해 경영이 어려워진 병.의원을 살릴 수 있는 뾰쪽한 대책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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