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의견 내는 것 바람직 … 법원 내부 소통 활성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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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이 충남 천안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전국 법관 워크숍’을 21일 전격 방문했다. 이 대법원장의 방문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이날 아침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 판사 대표 75명이 모인 오찬장에서 “젊은 판사들이 (법원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면서도 “아쉬움이 있다면 법원 내부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법권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가 우선돼야 하고 신뢰 없이 독립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독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법원장은 또 “판사가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절대로 재판에 간섭하지 않으니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이 이날 법원 내부의 소통을 강조한 것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 논란이 e-메일 유출로 촉발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판사들이 자신들의 고충을 법원 외부가 아닌 법원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워크숍에서 제안된 ‘재판 독립권 고충처리기구’ 신설을 사법부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대법원장의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오전 워크숍 전체 토론에서는 ▶사법행정권의 적정한 범위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법원의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날 분임토의에서 나온 ‘재판 독립권 고충처리기구’ 신설 방안과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위상 강화 방안은 전체 토론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컴퓨터를 통한 무작위 배당이 아닌 수석부장 등의 임의배당 권한에 대해서는 대폭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이 밖에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소수의 법관만이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뾰족한 대안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문제는 워크숍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은 세 건의 촛불시위 관련 상고사건이 신 대법관이 속해 있는 대법원 3부로 올라왔으나 이 중 신 대법관이 주심인 전기통신기본법 사건은 1부로 재배당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건 가운데 한 건은 신 대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들어왔으나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다른 한 건은 기피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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