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내년 세입출 맞추기 고민…성장률 1% 하락에 세수 1조원 줄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가 내년 세수.세출 걱정이 대단하다.

그러나 일단 응급처방은 해뒀다.

IMF와의 협상때 내년도 세출을 4조원 가량 줄이고, 세금을 3조3천억원 가량 더 걷기로 합의한 게 그것이다.

단순계산으로 재정에서 7조원 이상을 확보한 셈인데 이중 절반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이나 예금자 보호기금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비용으로 쓰인다.

세금을 3조3천억원 가량 더 걷기로 한 것은 현재의 세제로는 세수가 턱없이 모자랄 것을 감안해 취한 조치다.

하지만 이 계산 자체가 처음부터 출발을 잘못했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IMF와의 협상때 정부가 내년도 실질성장률을 3%로 잡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진다는 전제가 밑에 깔려 있다.

부도로 쓰러지는 기업은 줄고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점차 생기를 찾는다는 가정도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론 어느 것 하나 정부 예측대로 맞아떨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이미 내년도 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성장률이 1% 떨어지면 세수가 1조원 이상 줄어든다는 게 재정경제원 및 국세청의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세수가 3조원 이상은 추가로 줄게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출을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을 대폭 줄이라는 지적이 무성하지만 가뜩이나 민간 투자.소비가 위축된 마당에 국책사업까지 깎아버리면 경기는 더 침체될 가능성까지 있다.

정부는 내년 1월중 추경예산안을 확정, 2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때 처리할 내용은 이미 밝힌 4조원 세출 삭감과 비과세 및 세금감면 대상 축소다.

그러나 이 정도론 세수와 세출을 맞출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재경원 내부에서도 내년도 성장률 재조정과 함께 대대적인 감액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난 다음인 83년에 큰 폭의 감액추경을 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재경원 관계자는 "세수가 얼마나 모자랄지는 결국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달려있는데 그 예측조차 쉽지 않다는 게 고민" 이라고 토로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