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난 5년 실사부터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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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차기정권인수위가 가동됐다.

6공정부 이래 세 번째 구성되는 정권인수위지만 선거에 의한 여야간 정권교체는 처음이라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인수하는 쪽이나 인수받는 쪽 모두가 새로운 경험일 수밖에 없으며 어느 때보다 갈등의 잠재성이 크다.

특히 새 정부는 나라가 온전한 상태에서 정권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부도 직전의 상태를 인수하게 돼있다.

이 역시 향후 책임 및 수습문제와 관련해 인계.인수가 순조로울지 걱정이다.

벌써 일부 부처에서는 과거를 숨기려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공문서나 메모.회의기록 등을 파기하고 감추는 사례가 일어나 인수위가 이를 보존토록 지시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식이 돼서야 평화적 정권교체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수위가 정부의 조직.예산.인적자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 인수받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고 이의 집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런 평면적인 단순 인수.인계가 돼서는 안된다.

새 정부가 앞날을 설계하려면 과거와 현재가 어떠했느냐는 정확한 사실파악과 분석이 먼저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우선적인 과제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아래서의 효율적인 국가운영이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 나라를 끌고 가려면 우리가 왜, 어떻게 이런 상태까지 오게 됐는가에 대한 철저한 사실확인 작업이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운영과 관리체제 등에 대한 허점과 책임을 밝혀내야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방만하게 펼쳐오던 경부고속철사업이나 영종도 국제공항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도 막연하게 인계받을 것이 아니라 과연 제대로 공사를 해 왔는지, 정말 경제성은 있는지, 계획을 수정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철저한 사실파악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

행정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당히 넘기려는 타성에서 벗어나 인수위 활동에 전적으로 협조해야만 진정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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