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임박 GM … 요지부동 노조가 ‘회생’ 최대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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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자금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부채와 인력, 복지 혜택을 확 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퍼부어도 금세 이자·인건비·복지비로 날아가버리고 GM은 다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요컨대 ‘확실히 살아날 수 있을 만큼’ 군살을 빼야 정부의 지원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GM의 닉 라일리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右)이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새로운 뷰익 비즈니스 컨셉트카를 공개하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하지만 채권단과 노조가 구조조정에 선선히 응하지 않고 있다. GM의 사무직 퇴직자들도 나서 퇴직 후에 받아온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이지 말아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GM 경영진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어떻게든 파산을 막고 정부 지원을 받아내려 하는데, 곳곳에서 암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조·채권단 고통 분담 외면=월스트리트 저널(WSJ) 온라인판은 19일(현지시간)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빅3 사무직 퇴직자 20만 명의 대표단이 이번 주 후반 미국 대통령 직속 자동차 업계 태스크포스(TF)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퇴직자들의 연금·의료비·복지 혜택을 줄이지 말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GM 등이 구조조정의 하나로 퇴직자 지원 축소를 검토하자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GM은 채권단·노조와 힘겨운 고통 분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GM이 채권단에 진 무담보 부채만 275억 달러(약 36조7000억원)에 이른다. 노조에 줘야 하는 돈도 204억 달러다. 2007년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협상에 따라 퇴직자 의료보조비 기금 조성을 위해 지급하기로 한 돈이다. 경영진은 이를 어떻게든 깎아 보려 하지만 채권단과 노조 모두 “호락호락 응할 수 없다”며 고통 분담을 외면하고 있다. GM은 지난달 채권단 부채와 노조지원금을 각각 92억 달러와 102억 달러로 줄일 테니 추가 지원금을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정부로선 액수 자체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일단 채권단·노조와 합의부터 하고 오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GM 경영진이 노조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조조정 컨설팅기업인 브레스웰 앤드 지울리아니의 에반 플래션 회장은 “(회생 후) 결국 경영진이 노조와 함께 회사를 일으켜야 하므로 노조를 불리한 쪽으로 몰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M대우는 ‘굿GM’ 포함 예상”=모기업인 GM이 흔들리면서 국내 GM대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GM대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GM의 전 세계 판매망을 통해 자동차를 팔고 있기 때문에 GM의 판매망이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GM대우의 지원 계획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GM이 파산 신청을 할 경우 우량 브랜드만 한곳에 모아 새 법인(굿 GM)을 만들고, 부실 자산은 잔존 법인(배드 GM)에 남겨 청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GM이 파산하더라도 소형차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GM대우는 ‘굿 GM’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의 하나 배드GM으로 분류될 경우 제3의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등 난관이 예상된다.

권혁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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