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네르바, 허위라 인식 안 해” 검찰 “법원이 허위 증거 인정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법원이 20일 ‘미네르바’ 박대성(3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두 가지다. 박씨가 자신의 글이 허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에게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박씨를 기소하며 문제 삼은 글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올린 두 개의 글이다. 하나는 “정부가 예산 환전 업무를 8월 1일부터 중단한다”는 지난해 7월 30일의 글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발송했다”는 같은 해 12월 29일 글이다.

유 판사는 “박씨의 글대로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거나 외환 보유액 부족으로 인해 외화 예산 환전 업무를 중단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며 박씨 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외화 예산 환전 업무가 실제로 중단되는 등 일부 사실로 확인됐고 ▶박씨가 인터넷상에서 수집한 자료나 기사들을 종합한 다음 자신의 경제지식을 더해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박씨가 자신의 글이 ‘전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지난해 7월 30일 글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외화 예산 환전업무의 정확한 개념을 오해한 것”이라고 봤다.

유 판사는 “지난해 12월 말의 달러 매수량 증가가 박씨의 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과 박씨가 개인들의 환차손 방지를 위해 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 선택을 잘못해 사실 관계를 오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판결문에 박씨의 글이 외환시장에 영향이 미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가, 다시 영향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를 수사했던 이두식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은 “박씨 본인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글을 썼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박씨가 허위임을 인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터넷 글을 올린 사람의 주관적인 내심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네티즌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입장이 엇갈렸다. 참여연대는 이날 “검찰의 법적 용이 얼마나 무리했는지를 법원에서 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뉴라이트전국연합 측은 “이번 판결로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되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철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법원의 판결에 정부의 입장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