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13.용인민속촌 부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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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용인민속촌에 가면 인기드라마 '용의 눈물' 에 나오는 이숙번대감 집의 솟을대문과 버드나무 늘어진 저잣거리 등 낯익은 풍경들이 즐비하다.

서울근교에 전시용일망정 옛마을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봄.여름.가을에도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지만 요즘 민속촌을 찾으면 겨울정취가 더욱 그윽하다.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시냇물은 꽁꽁 얼어 어린이들의 썰매 놀이터가 됐고, 초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은 햇빛을 받아 한결 영롱하다.

저잣거리에 있는 주막에선 치마를 동여맨 주모가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국밥을 내오고, 노릿노릿하게 지진 파전은 과객의 군침을 돌게 한다.

이때쯤이면 농악대의 풍물가락도 흥을 돋우고 재인광대의 줄타기도 한껏 신명을 더한다.

풀무질하고 망치질하는 대장장이의 손놀림도 재고, 엿가락을 파는 할아버지의 입담도 구수하다.

단체로 여행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곰방대를 문 양반의 익살스런 팔자 걸음걸이를 보고 파안대소한다.

옛생활의 정취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민속촌에서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 바로 부의주 (浮蟻酒) 다.

흔히 동동주라 불리는 술이다.

맑은 술 위에 밥알이 둥둥 떠있는 모습이 마치 개미 (蟻)가 물에 떠있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 부의주 또는 동동주란 이름을 얻게 됐다.

용인민속촌에 있는 동동주는 일반 동동주와는 다르다.

밥알이 둥둥 떠있지 않다.

동동주라면 밥알이 둥둥 떠야만 되는 줄 알지만 실은 맛과 빛깔, 향이 더욱 중요하다.

민속촌의 동동주는 녹차를 진하게 우려낸 것 같은 빛깔을 띠고 있다.

향은 누룩 특유의 향긋한 냄새고 맛은 마실수록 감칠맛이 난다.

동동주 맛에 끌려 이따금 일부러 민속촌을 찾는다는 김형철 (50.사업) 씨는 “호텔 식음료계통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그동안 양주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었으나 동동주 맛을 대하고는 동동주 단골이 되고 말았다” 고 설명한다.

그는 맑은 동동주를 마치 차를 마시듯 단아하게 들이켜고는 해물파전을 한입 베어 문다.

현재 동동주는 민속촌내 양조장에서 민속촌 내왕객들만을 위해 빚고 있다.

우리 옛선조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민속촌 정취도 맛볼 겸 동동주를 찾아 가족이 함께 주말나들이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용인 = 이순남 기자

[부의주란…]

◇ 원료.특징 = 물.찹쌀.누룩이 주원료. 첫잔을 마시면 달착지근한 맛에 매혹돼 계속 마시게 된다.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식사때 반주로 마시면 소화기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도수.가격 = 알콜도수 11도로 1ℓ에 5천원. 용인민속촌 (0331 - 283 - 2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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