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낚시갔다 실종됐다’ 허위 신고로 보험금 11억 꿀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6년 3월 13일 통영에 사는 A(35)씨의 부인 B(35)씨는 남편이 보트를 빌려 바다 낚시를 하러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6개의 보험회사로부터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1억 1000여만원의 사망 보험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바다에서 실종된 게 아니었다. B씨의 남편 A씨는 바다에 보트만 남겨두고 몰래 빠져 나와 부산으로 달아났다. 바다에서 사체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실종 사건의 결말을 짓지 못하던 차에 B씨가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소송을 청구해 1년 8개월여만에 실종선고 심판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B씨는 이를 토대로 수상레저 사고보험을 포함한 모두 6개의 보험사에 통영해양경찰서의 사건사고 확인원을 제출, 11억1000만여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A씨는 그후 3여년 동안 부인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부산, 대전, 서울 등 전국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특히 B씨는 당시 친척 등 지인들에게 실종에 따른 남편의 사망 소식을 태연히 알리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보는 앞에서 실신하기도 했으며, 조의금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사를 두 차례나 지내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의 기발한 범행사실은 A씨가 지난 2월 대구의 한 주점에서 취중에 이같은 내용의 범행을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털어놨다가 이 지인이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발각되고 말았다.

부인은 보험금으로 받은 11억1000여만원 중 1억원 가량을 남편에게 도피 자금으로 건네줬고, 나머지 10억여원을 건설업과 주식, 펀드 투자, 체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2006년 초 통영에서 운영하던 카페가 영업 부진 등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자 허위 실종 신고를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으며,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미리 가입해둔 5개 보험사 9개 상품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이전에 모 보험회사에 근무했을 당시 알고 있었던 ‘선박.항공기.전쟁 등 특별 실종의 경우 실종된 지 1년이 지나고 6개월 이상의 법원 공시를 거쳐 실종으로 최종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범행에 악용했다고 경찰측은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남편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구속했지만 어린 자녀의 양육을 감안, 부인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