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밤새 훌쩍 큰 하승진, 밤새 작아진 이상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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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上)이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테렌스 레더의 수비를 뚫고 슛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KCC가 19일 전주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삼성을 85-73으로 꺾었다. 18일 1차전에선 삼성이 92-82로 승리했다. 장군 멍군을 부른 두 팀은 22일 잠실에서 3차전을 벌인다.

이번 챔피언전의 열쇠는 최장신 골리앗 하승진(KCC)이나 최고 외국인 레더(삼성)보다는 2007년 KC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이상민이 쥐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이상민이 워낙 큰 경기에 강한 데다 자신을 내친 KCC와 허재 감독에 대해 앙금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상민을 앞세운 삼성은 KCC를 3승무패로 일축했다.

2차전을 앞두고 안 감독은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이상민은 정규시즌보다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나게’라는 부분에 힘을 줬다. 18일 1차전에서 그랬다. 삼성은 초반 크게 뒤졌지만 이상민이 들어와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상민은 승부처에서 몇 차례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KCC의 기를 뺐다. 자신도 16득점을 했다.

2차전에선 반대였다. 27-22로 앞서던 2쿼터 중반 이상민이 들어오자 전주 팬들로부터 거친 야유가 나왔다. 전주 팬들은 KCC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다 삼성으로 간 이상민에게 지난해까지는 박수를 쳐줬지만 이제는 아니다. 특히 1차전에서 이상민이 맹활약하자 야유의 강도는 매우 셌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 정선민(신한은행)을 비롯, 이상민의 팬들(80% 이상이 여성)이 수도권에서 내려와 그를 응원했지만 전주 팬들의 야유에 잠겼다.

지고 있을 때는 경기를 뒤집고, 이기고 있을 때는 점수차를 벌리던 이상민이었지만 이날은 반대였다. 이상민이 나오고 1분 후 동점이 됐다. 이상민은 트레블링과 공격자 파울을 했고 판정에 대한 항의도 많았다. 동료들에게 짜증도 냈다. 이상민은 13분만 뛰며 5득점·1어시스트를 했고 실책은 3개였다. 안 감독은 “이상민으로도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 않아 오래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KCC는 추승균과 하승진이 동시에 터졌다. 하승진은 전반 자유투 6개 중 1개만 넣는 등 고전했지만 40-40 동점이던 3쿼터 3분,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킨 후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이후 4분 동안 6점을 더 넣었고 KCC는 3쿼터를 61-54로 마쳤다.

4쿼터에서도 하승진의 위력은 계속됐다. 추승균도 자유투와 3점슛으로 지원 사격, 5분을 남기고 KCC는 73-62로 앞서갔다. 삼성은 종료 4분을 남기고 강력한 압박수비로 종료 2분 전 3점 차까지 쫓아갔지만 레더가 5반칙에 걸려 코트를 나간 후 무너졌다. 추승균은 21득점에 3리바운드·7어시스트를 했고 하승진은 20득점에 7리바운드·2블록슛을 곁들였다.

전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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