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6선인데…30년 정치인생 뭐했나 싶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0호 10면

친박연대 서청원(66·사진) 대표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난주 가까운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다.

국회의원 재산 꼴찌, 서청원의 회한

서 대표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올해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꼴찌를 했다. 총재산 1억438만원. 서울 동작구 상도동 약수맨션 아파트 한 채(공시지가 3억200만원)와 예금ㆍ현금 1억1700여만원을 보유했지만 생활비와 추징금 납부로 모두 3억8337만원의 채무를 함께 지고 있었다. 매년 재산공개 때마다 2억~3억원을 신고해 왔는데 계속 납부하지 못했던 추징금을 지난해 일괄납부하면서 빚이 크게 늘었다는 게 서 대표 측의 설명이었다.

11대 이후 6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자 정무장관, 신한국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당 대표까지 지낸 대한민국 원로 정치인의 재산이 1억원이라니. 지난해 국회의원 세 명 중 두 명은 재산을 늘린 것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야당 대표의 꼴찌 소식은 사뭇 의외였다. 고희를 앞둔 그가 눈물 흘린 사연이 궁금했다. 직접 만나 물어봤다.

“나도 꼴찌일 줄은 몰랐다. 명색이 6선 의원인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인생에 남은 게 뭔가 싶고, 부인과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고….”

잠시 주저하던 그가 말을 이어갔다. “장가 안 간 아들이 ‘어떻게 좀 늘려 보라’고 하더라. 아무리 정치 원로라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장가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보좌관들에게 ‘여기저기 융통해서라도 3억원까진 맞춰 보라’고 했더니 ‘있는 그대로 신고해야지 어떻게 없는 재산을 늘려 신고하느냐’며 어이없어해 하더라.” 그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인생의 회한이 느껴졌던 것일까. 그는 지난주 모임에서도 누군가 꼴찌 얘기를 꺼내자 “그러게, 내가 여태까지 뭐하고 살았나 싶다”며 한숨을 깊이 내쉰 뒤 한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더욱 감정이 북받쳤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그는 “1980년 정계에 입문한 뒤 민주화와 정치 선진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나로서는 지난해의 고통이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다” 며 “단 한 푼이라도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왔으면 억울하진 않으련만, 요즘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서 대표의 한 지인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천헌금도 서 대표 본인을 거치지 않고 차용증을 쓴 뒤 100% 당 계좌로 들어간 것”이라며 서 대표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 그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8대 공천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내년에도 ‘서청원 대표 2년 연속 꼴찌’라는 기사를 볼 수 있을까. 그의 30년 정치 인생이 기로에 서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