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사냥꾼’ 부실화된 MGM미라지 놓고 맞대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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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24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커크 커코리언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카지노 업체 MGM미라지를 사이에 두고 채권자(아이칸)와 대주주(커코리언)의 자격으로 마주 섰다. 여차하면 정면대결을 벌일 태세다.

칼 아이칸 vs 커크 커코리언

MGM미라지는 중국 마카오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유동성 거품 시절 빚을 내 시설을 확장하다 궁지에 몰려 있다. 무려 135억 달러(17조5000여억원)에 달하는 빚을 진 상황에서 신용경색으로 금융회사들의 추가 자금 대출이 여의치 않아서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카지노 손님도 급감하고 있다. MGM미라지는 단기 채무의 만기를 연장하며 겨우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7월과 10월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회사들이 추가 자금을 빌려주지 않으면 MGM미라지는 채무 변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아이칸은 채무 불이행 벼랑 끝에 몰려 있는 MGM미라지를 파산보호 절차를 거쳐 회생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권 대신 지분을 확보하면 최근 그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카지노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그가 늘 하던 대로 다른 채권자들을 규합하고 있다. 직전 그는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 트로피카나를 인수하겠다고 기존 주주들에게 제의했다.

반면 MGM미라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커코리언은 파산보호 신청에 반대한다. 아이칸이 주장한 파산보호 카드를 받아들이면 대주주 권한이 사실상 정지되기 때문이다. 대신 채권자들을 만나 만기 연장과 금리인하 등을 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였던 주주의 지지 확보 싸움이 이제는 채권자의 지원을 얻어내는 경쟁으로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 지지세력을 모아 기존 경영자나 대주주를 공격하는 데 ‘선수’인 두 사람은 말을 아끼고 있다. 상대 비위를 긁어봐야 싸움만 힘들어질 뿐 실익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커코리언과 싸울 의도가 전혀 없다”며 “그의 지지를 받아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커코리언은 침묵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는 아이칸과 달리 언론 플레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이너 채권자’인 아이칸의 말에 응수해 봐야 그의 영향력만 키워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 1차 만기인 7월 이전에 둘은 진검승부를 하거나 타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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