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2.독선과 인기주의 끝까지 경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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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5대 대선에서도 지역색은 뚜렷했다.

김대중당선자의 기반인 호남지역의 투표율과 金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반대로 영남권을 비롯한 한반도의 서쪽은 여전히 그를 반대하는 표를 더 많이 던졌다.

金당선자의 득표는 전체 유권자의 40.3%로 2위를 차지한 이회창후보와 불과 1.6% 차이다.

리처드 닉슨에게 불과 0.2% 차이로 이겼던 존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말처럼 표차가 적다고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반대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金당선자는 40년을 준비해온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해야겠다' 고 결심해둔 일들이 많을 것이다.

"IMF 사태에 나를 쓰려고 하늘이 예비한 것" 이라는 당선자 자신의 말처럼 국치 (國恥) 니, 경제신탁통치니 하는 IMF시대를 떠맡을 대통령이기에 해야할 일도 태산같다.

문제는 이같은 사명감이 지나친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신한국건설이 임기말인 지금 실패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그가 다분히 독선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의 개혁의지에 취해 문제를 지적하는 각계의 조언을 기득권자들의 훼방쯤으로 치부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IMF체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金당선자는 국민의 지지를 업고 군사독재에 저항해온 대중정치인이라는 점에서 金대통령과 닮았다.

대중정치인인 金대통령의 독선을 향도한 것은 표리부동하는 인기주의였다.

인기에만 급급하는 바람에 초기의 개혁정책들이 내실있게 계속되지 못했다.

특히 대북정책은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북한은 물론 우방인 미국의 신뢰에도 금이 가게 했다.

부침 (浮沈) 하는 인기도에 일희일비 (一喜一悲) 하는 것은 참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

작금의 위기상황에서 새 대통령은 국민에게 인기없는 정책,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정책을 불가피하게 추진해야 한다.

金당선자는 당선과 함께 이미 이나라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됐다.

개혁의지와 사명감은 계속 다지되 이에 수반되기 쉬운 독선과 인기주의는 지금부터 경계해주길 바란다.

당장의 인기보다 퇴임후, 나아가 역사 속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고흥문 <전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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