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외환위기 어떻게 극복했나…정부인사들 직접 발로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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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이 멕시코의 외환위기 극복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 94년말 극심한 외환위기때문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멕시코가 대외 신뢰도 회복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어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외환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통화가치가 50%이상 급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IMF 긴급지원이 결정된 뒤에도 외환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IMF 지원 결정뒤 미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의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도 환류했다.

멕시코는 IMF 지원을 계기로 무엇보다 대외 신뢰 회복에 크게 신경을 곤두세웠고 이것이 국제 금융계에 먹혀들어가 상황이 급반전됐다.

멕시코가 신뢰회복을 위해 사용한 방법은 정부 인사들이 직접 나서 미 정부 및 금융계 인사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월가의 금융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면서 멕시코가 외환위기만 극복하면 경제 전반이 IMF의 이행조건에 맞춰 1~2년안에 회복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멈추고 오히려 돈이 멕시코로 환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직전 (달러당 3.46페소) 부터 IMF 지원 결정때 (달러당 7페소선) 까지 50%가량 폭락했던 페소화의 가치는 95년6월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일단 신뢰감이 회복되자 멕시코의 외환위기는 급격히 진정되고 외채구조도 급격히 개선됐다.

멕시코의 총외채 규모는 외환위기가 시작된 94년말 8백54억달러 수준에서 95년3월말 8백75억달러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문제가 됐던 단기외채는 3백억달러 수준에서 1백2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극복을 통해 멕시코의 외채구조가 오히려 개선된 것이다.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 현상도 즉각 나타났다.

마냥 적자 행진을 거듭했던 무역수지는 95년2월 2억3천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섰고 3~4월에도 연속 월 5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라는 발등의 불을 끄자 그 원인이 됐던 무역적자도 뚜렷하게 개선된 것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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