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보는 부실정리…최선책은 외국은행과 짝짓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융권에서는 외국 금융기관에 의한 국내 금융기관 인수가 IMF 체제에서 택할 수 있는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안중 최선이라는 반응이다.

개방.자율화를 강조하는 IMF식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외국 금융기관이 인수할 경우 당장 폐쇄에 따른 혼란을 피할 수 있는데다 인수자금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란 분석도 있다.

재정경제원은 아직 국내 금융기관간 합병을 통한 부실금융기관의 정리에 미련을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간 짝짓기는 현재의 금융구조에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한다.

합병에 따른 몇가지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은행의 경우 합병 여부를 결정할 확실한 '주인' 이 없고, 종금.증권의 경우는 부실이 많은데다 진입제한이 없어 굳이 기존사를 인수하겠다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종금사의 경우 조만간 강제정리의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하며 그전에 가시적인 자구노력 차원에서 타 금융기관과의 합병을 모색중이지만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종금사 사장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가망이 없는 상태" 라고 푸념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서울.제일은행중 한곳을 외국 금융기관에 인수시킨다는 방안은 국내은행간 합병보다 현실성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2일 관훈토론회에서 "서울.제일은행에 출자한 정부지분을 매각할 때 내외국인간 차별을 하지 않겠다" 는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의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서울.제일은행의 경우 일단 정부가 출자하기로 한만큼 의사결정을 주도할 확실한 주인이 생긴데다 외국인에게 매각할 경우 개방의지를 대내외에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당장 폐쇄하라는 IMF측의 요구를 피해 정부출자라는 편법으로 일단 고비를 넘기긴 했으나 한국정부가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소극적이라는 국제금융시장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해당은행에서는 아직 공식적 입장을 밝힐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정부가 일단 출자를 통한 회생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성급하게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매각을 거론하기보다 자구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는 정도다.

해당은행으로선 외국 금융기관에 넘어갈 경우 인력감축을 비롯한 엄청난 감량태풍이 불어닥칠 것을 우려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정부가 이들 은행중 한곳을 외국금융기관에 넘긴다 해도 현재의 부실요인을 떨어내지 않고는 선뜻 인수하겠다는 외국계 은행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인수후 인력감축 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요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