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들 환율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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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화로 임금을 받는 국내거주 외국회사 주재원과 주한미군 등이 급상승한 자국 화폐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반면 원화를 기준으로 임금계약을 한 국내취업 외국인들은 "앉아서 감봉당하고 있다" 며 울상이다.

한국에 유학온 마이클 도일 (29.미국국적) 은 미국 부모로부터 받는 월 생활비 1천여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1년사이 두배 이상 뛰는 바람에 어느 때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도일은 "평소 면세점을 자주 이용해왔지만 최근엔 물건값이 원화로 표시되는 백화점을 자주 이용한다" 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S기업에서 영어교사로 3년째 근무중인 스콧 시그렌 (34.미국국적) 은 "지난해초 달러화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받기로 계약을 바꿔 최근 임금이 대폭 오른 셈" 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3만7천여명도 달러 폭등의 대표적인 수혜자. 서울 이태원에서 가죽제품가게를 운영하는 李모 (34) 씨는 "환전수수료를 아끼려고 달러로 흥정하던 미군들이 요즘에는 반드시 암달러로 바꿔 물건값을 지불하고 있다" 고 전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12일 "한국의 외환.금융위기를 틈타 주한 외국인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주재 독일기업인들의 말을 인용, "특히 미국.일본인이 달러나 엔화 뭉칫돈을 들고 은행을 찾아가 원화로 환전한다" 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영어 원어민교사로 취업한 재미교포2세 方모 (25) 씨는 매달 20일인 월급날이 무섭다.

월급여 1백70여만원을 달러로 바꿀 경우 올초까지만해도 1천8백여달러에 해당했지만 이제는 불과 1천달러만 손에 쥘 수 있다.

서울 P외국어학원 강사인 레슬리 (28.여) 는 "달러 예금에 비해 이율이 높고 환전비용도 들지않아 월급 여유분을 모두 한국내 은행에 예치하고 있었다" 며 "원화 폭락으로 귀국할 때 가져갈 달러가 절반으로 줄었다" 고 우울해 했다.

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나현철·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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