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기행]부산·울산·경남권 "될 사람 밀어야지" 이회창·이인제 저울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뉴스 보다가도 선거 얘기만 나오면 채널을 콱 돌려부립니더. 누가 돼도 한가진기라. " (김치규.41.휴게업중앙회 부산지회 과장) 싸늘하다.

선거 열풍이 휘몰아쳤던 92년 대선 때와는 딴판이다.

YS에 대한 배신감과 'IMF 한파' 로 표심이 꽁꽁 얼어붙은 듯했다.

지난 10일 오후6시 부산 자갈치시장내 K횟집. 주인 李모 (34.여) 씨는 "경제가 이 모양인데…. 마 모르겠네예, 투표장에 가면 이회창.이인제씨중에 될 사람 밀어야 안되겠는교" 라고 한다.

같은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50대 남자는 "마 부산 민심은 두 李후보를 놓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합니더. 이회창씨 얘기가 돌다가 다시 이인제씨 얘기가 많더니 요새는 그것도 아닌 것 같애예" 고 말했다.

횟감을 고르던 60대 할머니는 "박찬종씨와 손잡고 운동한다는데 이인제씨를 밀어야제" 라고 거든다.

초량동에서 만난 주부 신영옥 (43) 씨는 "YS를 싫어하는 이회창씨가 되면 걱정도 되지만 경제를 살리려면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마음을 굳혔다" 고 말했다.

이회창후보 지지자는 나름대로 '논리' 를 세웠지만 근저에는 반DJ정서가 짙게 배어있는 듯했다.

부산 표심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IMF 구제금융 이후 이인제씨가 이회창씨를 따라잡다가 요즘은 다시 이회창씨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김대중후보도 지지폭을 넓히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부산대 이행봉 (42.정외과) 교수는 "부산 판세는 결국 두 李후보 사이의 제로섬 게임이 될 것" 이라며 "이인제씨에게는 젊은층과 노년층이 보루" 라고 분석했다.

경남에서는 'IMF 공동책임론' 이 확산되면서 이회창후보의 표가 적게는 5%, 많게는 10% 가량 떠돌기 시작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김대중후보의 'IMF 재협상론' 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이회창후보를 떠났던 표가 되돌아오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전기연구소 송대익 과장은 이곳 중산층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일단은 세 후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죠. " 그래도 바닥을 훑다보면 두터운 지역 정서가 짚어진다.

막연한 반DJ정서와 '될 후보 밀어주기' 심리가 뿌리깊다는 얘기다.

"경제가 나빠진게 이회창씨 때문입니꺼. 물론 대통령 밑에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혼자 경제를 망쳤다고는 보지 않는데예…. " IMF사태 이전부터 이회창씨 지지였다는 창원 세화정비소 이정희 (33) 씨는 여전히 확고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이인제 지지 세력도 굳건한 듯했다.

진주 중앙시장의 김정식 (35) 씨는 지난달 가두연설차 나온 이인제후보와 악수한 것이 자못 자랑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사람이 돼서 구악 (舊惡) 들을 확 쓸어내야 될긴데…. " DJ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데는 어느 곳에서나 이구동성이었다.

진주 중앙시장내 약초 행상 김경구 (65) 씨는 "요샌 DJ에 대해 별로 나쁘게 얘기 안해요" 라고 말한다.

부산.창원 = 오영환.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