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엔 ‘바이 코리아’ 행렬 … 한 사람 건너 일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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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지하상가. 일본인 관광객 아야코(50·여)와 야스코(50·여)가 한 의류 매장에서 딸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양 손에는 이미 네댓 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물건을 고르며 끊임없이 “야스이(싸다)” “카와이(예쁘다)”라며 감탄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서른 번째. 이번에도 나흘 내내 쇼핑을 하며 보냈다. 아야코는 “한국의 유행이 일본보다 3개월 정도 앞서가는 것 같다”며 “거리가 가깝고 원화 가치도 많이 떨어져 최근 들어 더 자주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5월 황금연휴 기간을 앞두고 여행 관련 업계가 외국인 여행객들을 맞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일부 항공사는 연휴 기간 동안 예약이 완료되자 전세기를 띄워 관광객들을 실어 나를 계획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쇼핑센터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에 두 번째 왔다는 일본인 관광객 가즈노리(40)는 이날 한 의류 매장에서 샀다는 검정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15만원에 이런 좋은 옷을 살 수가 없다. 아들에게 줄 옷도 사야겠다”며 다른 가게로 향했다. 명동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노민정(30·여)씨는 두 달 전 매장 안의 모든 물건에 일본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루 고객 2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노씨는 “일본인 고객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이름이 빽빽이 적힌 종이를 들고 와 체크해 가며 쇼핑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엔고(엔화 가치 상승) 현상 속에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1분기(1월 1일~3월 31일) 일본인 입국자가 85만54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일본인 입국자 급증에 힘입어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도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외국인 입국자는 총 201만2508명(항공사 승무원 포함)으로 분기별로는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 엔화 등 외화 가치가 상승했고, 무사증 입국제도와 단체관광객에 대한 입국 절차 간소화 등 입국 과정에서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국자를 국적별로 보면 일본이 전체의 47.7%로 가장 많았고, 중국(17.1%)·미국(8.0%)·대만(5.8%)·홍콩 (2.9%)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미국 등의 입국자도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 정도 늘었다.

입국 목적별로는 관광 및 단순 방문 목적의 입국자가 141만여 명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유학 목적의 입국자도 지난해보다 1만여 명 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상거래·투자 목적의 입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출국한 내국인은 234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4% 준 것으로 집계됐다. 

박유미·김진경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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