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 비디오파일]도넬리 감독 '사랑과 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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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독재정권.전쟁.공황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맞아 자신을 희생하는 성직자에 관한 영화들은 무척 많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거론하는 '로메로' 나 '미션' 은 너무 유명해져서 작품성이 희석된 느낌이 들 정도다.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에 앞장 선 알렉신부 ( '암살의 그림자' ) , 파리의 무주택자들을 도운 피에르신부 ( '겨울54' ) , 2차대전중 유태인을 탈출시킨 루피노신부 ( '지하특공대' ) , 아우슈비츠에서 아사 (餓死) 실험 대상이 된 10명의 유대인 대신 죽은 클베신부 ( '생명에 바친 생명' ) , 방직 노동자 권익에 앞장 섰던 단스신부 ( '단스' ) 는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교황청을 떠나는 로마 교황이야기 ( '바티칸의 휴일' ) 는 유머러스한 픽션이다.

최근 출시된 토마스 마이클 도넬리 감독의 '사랑과 용기 Garden of Redemption' (CIC) 는 1945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발리아노가 배경이다.

파올로신부 (안소니 라파글리아) 는 주민들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온건한 사도다.

그런 신부를 젊은 레지스탕스들은 겁장이라고 따돌린다.

아름다운 아드리아나 (엠베스 다비츠) 만은 파올로 신부의 따뜻한 마음을 잘 이해하고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

아드리아나에게 예쁜 머리빗을 사주는 파올로 신부에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는 노신부는 말한다.

"신은 우리를 각자 다른 방법으로 시험하시네" .미군에게 나치에 관한 정보를 알려줄 적임자로 파올로 신부가 선정되고, 신부는 도중에 검문을 받게 된다.

아드리아나의 회상으로 진행되는 '사랑과 용기' 는 젊은 신부의 희생을 통해 참 사랑과 용기를 조용히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미덕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옥선희<비디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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