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로넌 '세계과학문명사'…무지와 미신과의 투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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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7년말. 시인 노이스와 두명의 미국 천문학자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해밀턴 산의 정상에 올랐다.

이제까지 꿈꿀 수도 없을 만큼 멀리까지 우주공간으로 시야를 뻗쳐나갈 수 있는 막강한 성능을 가진 거대한 망원경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이스는 큰 감명을 받았다.

과학자들의 조용한 헌신, 그들의 간절한 희망이 시인의 상상력에 불을 질렀다.

바로 그 순간 시인은 플랑드르의 진흙탕에서 무참히 살육되는 젊은이들을 상기하며 숭고한 노래를 불렀다.

영국의 과학사가인 콜린 로넌은 '세계과학문명사' (전2권.한길사刊) 의 머리말에서 노이스의 시 '불의 전달자들' 을 소개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말없이 진리의 불을 전달하는 발견자들을 묘한 대비로 노래한 시다.

저자는 이 시로부터 과학문명사를 끌어낸다.

역사책들이 무지와 미신이라는 두터운 장막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거둔 공적인 과학을 도외시하고 사람이 사람을 정복하고 굴복시킨 권력정치와 무력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음을 비판한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역사적 접근이 시작된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마야 등 고대문명등에서 과학의 기원을 살펴보고 그리스.중국.인도.아라비아의 과학까지 여행한다.

초기과학은 사상.철학.의학등과 혼재된 상태로 발전했다.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가 도래한뒤 17세기 과학혁명은 시작됐다.

그후 20세기 핵물리학과 양자론이 등장하고 노이스가 눈으로 본 먼 우주로의 탐험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오늘날의 천문학과 우주공학까지 살펴본뒤 과학문명사의 여행은 끝을 맺는다.

저자 로넌은 1920년 영국에서 태어난 과학사가이며 과학저술가로 40여종의 책을 펴냈다.

특히 천문학에 조예가 깊어 '우주를 탐구하는 인간 (1964)' 등을 썼고 '로넌 과학 도해 도서관' 을 설립한뒤 95년 세상을 떠났다.

과학책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과학세대' 대표이자 과학사회학도인 김동광씨와 의사학 (醫史學) 전공자인 권복규씨가 함께 번역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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