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 경제특구’를 내건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휘청대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주요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이 떠나거나 금융권의 대출 창구가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송도가 자칫 ‘아파트 신도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제도시의 국제업무단지 모습. 오른쪽 우뚝 솟은 건물은 포스코건설이 지은 주상복합빌딩. [중앙포토]
송도 국제업무지구의 대표적 오피스 빌딩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사업비 부족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65층의 이 빌딩은 33층까지는 사무실로, 그 위는 호텔로 구성돼 송도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일 계획이었다. 2006년 7월 착공돼 현재 5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5000억원의 사업비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1억5000만 달러를, 나머지는 우리·국민 등 국내 은행이 대출을 해 주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1700만 달러를 투자한 모건스탠리는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이 사업에서 발을 뺀 상태며 투자원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600억원을 대출해 준 국내 은행들도 자금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외국 기업 유치가 거의 없는 등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동북아타워의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오피스·호텔 외에 아파트와 콘도미니엄을 추가하면 일반 분양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기공식을 가진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인천타워’도 사업비 조달이 막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높이 601m, 연면적 52만㎡ 규모로 계획된 인천타워는 오피스·아파트·호텔 등을 갖춘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 건물이다. 사업비가 3조원이지만 아직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은행단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시행사(송도랜드마크시티)의 자본금으로 6월 파일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국제학교로 기대를 모았던 송도국제학교는 학교 건물은 완공됐으나 개교가 불투명한 상태다. 외국인 학생이 부족해 천문학적인 운영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또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추진해 왔던 77층짜리 쌍둥이 빌딩 월드트레이드센터(WTC)는 투자자 모집이 안 돼 최근 사업이 무산됐다.
인천=정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