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을 희망으로 … 박찬호 체인지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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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009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강판당했다. 그러나 풀시즌 선발로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었다.

박찬호는 13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 등판해 3과3분의1이닝 동안 7피안타·5실점했다. 이날 아침부터 내린 비로 5.5도에 불과한 쌀쌀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추위에 1회부터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5피안타·1볼넷·4실점했다. 2회부터 안정을 찾았으나 투구수(96개)가 많아져 1-5로 지고 있던 4회 1사 1, 2루 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팀이 7-5로 역전승해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경기 뒤 라커룸에서 만난 박찬호는 실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슬라이더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범경기 햄스트링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음에도 투구수 96개를 기록한 데 만족한다. 체인지업도 타자들에게 효과적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공을 100개 가까이 던지며 선발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음을 각인시킴과 함께 체인지업이 실전용임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뜻이다.

체인지업은 ‘선발 박찬호’ 부활의 핵심이다. 올 시즌 5선발 경쟁에서 이겨낸 데는 팀 동료 제이미 모이어의 조언에 힘입어 실전용으로 가다듬은 체인지업의 효과가 크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2승,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팀 내 탈삼진 1위(25개) 기록은 체인지업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박찬호는 “모이어로부터 체인지업 그립에 대한 조언을 들은 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전이 직구와 똑같아 보인다”며 “올 시즌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는 구질”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박찬호는 2회 선두타자 홈런을 내준 뒤부터 체인지업을 본격 구사했고, 이후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2와 3분의1이닝 동안 1피안타·무실점, 4사구 3개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했다.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 역시 조기 강판을 문제삼지 않았다. 매뉴얼 감독은 “이제 시즌 첫 등판일 뿐이다. 날씨가 추워서 투구하는 데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기회를 더 줄 것”이라고 박찬호를 감쌌다. 박찬호는 오는 19일 홈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출장할 예정이다.

덴버(미국 콜로라도)=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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