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세계최대 도서관 복원한다…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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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당나귀가 끄는 이동도서관을 아직도 볼 수 있는 이집트 최북단의 알렉산드리아시. 헬레니즘 문화의 산실이자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고향이기도 한 이 도시는 두개의 전설을 안고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높이 1백20m의 '파로스의 등대' 와 기원전 3세기 초 70만개의 파피루스 뭉치를 소장한 고대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그것. 당대 피라미드 다음가는 높은 건축물인 '파로스의 등대' 는 7세기 이 지역을 휩쓴 대지진에 무너져 자취를 감췄으나 도서관에 대해서는 학자들간 의견이 분분하다.

기원전 48년 로마제국의 시저가 이 도시를 포위했을 때 실수로 전소시켰다는게 통설이었음에 반해 최근 발견된 기록에 의하면 7세기 이곳을 정복한 무슬림들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것. 당시 아랍의 지배자인 칼리프 오마르는 "진리를 담은 책이라면 코란과 내용이 같을 것이요 다르다면 불온하다" 라는 교조주의적 시각에서 도서관과 서적들을 불태워버릴 것을 명했고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문화적 손실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날로 세가 커져 가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도전에 상징적인 쐐기를 박기 위한 문화전략의 일환으로 유엔교육과학협력기구 (UNESCO) 는 지난 96년부터 이집트정부와 합작으로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복원이라는 기념비적 사업에 착수했다.

2300여년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던 바로 그 자리인 '뮤세이온' 에 내년에 들어설 지하 4층, 지상 6층의 새 도서관은 최첨단 멀티미디어 도서관. 8백만권에 달하는 장서와 10만여권의 필사본 및 고대 세계 지도 5만부를 갖췄으며 아랍어및 영어, 프랑스등 3개어로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전 세계의 서적을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모아 학문과 문화를 꽃피우기를 열망했던 알렉산더대왕의 꿈이 다시 한번 실현된 것이다.

에우리피데스.소포클레스.아이스킬로스등 작가와 유클리드.아르키메데스.에라토스테네스등 세계 역사를 빛낸 학자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이 도서관인데 카드 색인과 목록을 조직한 최초의 인물은 시인이지 학자인 칼리마쿠스. 또한 이 도서관은 유대 민족의 구약 (토라) 을 최초로 그리스말로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새로 들어설 도서관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고대의 도서관문화를 기록한 책들. 제본이 존재하지 않던 당시 유일한 책의 형태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보통 16~30㎝ 너비에 2~12m길이로 중간치는 호머의 서사시나 그리스 비극 한 권을 담을 분량. 두루마리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펴고 왼손으로 되감는 것이 바른 독서법. 페이지가 메겨져 있지 않은 까닭에 다시 볼 부분을 독서자가 눈여겨 기억해야 했으며 서가 분류방식이 정립되지 않은 까닭에 서가의 위치나 나무 색깔등을 잘 기억해 둘 것도 강조되었다.

헬레니즘 최대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당시 1백만 인구를 지닌 국제도시.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풍물이 뒤섞인 복합 문화도시로 오늘날까지 서구 문명의 젖줄이 되어왔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복원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함께 그리스문명권의 도약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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