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8.대학정보화 인프라 확충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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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 Y대 컴퓨터과학과의 컴퓨터 실습실. 6평 남짓한 공간에 20대의 컴퓨터만 빼곡하게 놓여 있다.

한 학년에 1백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하는 실습실이라고 하기엔 빈약한 공간이다.

학생 개개인이 컴퓨터를 조작하며 실무능력을 키우는 수업은커녕 여럿이 모여 진행하는 그룹 학습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컴퓨터도 없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복습하거나 시간당 5천원이 넘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가는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이 학과 4학년 金모 (25) 씨는 "학부생들이 학기마다 내는 실험.실습비가 대학원의 기자재 구입에 사용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교측에 여러 번 건의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고 말했다.

컴퓨터 실습실이 크고 관련 기자재가 잘 갖춰진 대학들도 적잖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첨단 컴퓨터는 가득하지만 학생들이 활용할만한 교육 소프트웨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도 오래 전에 구입한 것들이라 최근의 변화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습시간에도 슬라이드나 영사기를 통해 수동적인 수업을 하기 일쑤다.

또 대부분의 대학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연결한 학술 전산망도 잦은 접속 불량으로 인터넷 활용이 쉽지 않다.

급속하게 늘어난 사용자로 인해 제한된 용량의 회선에 과중한 부하가 걸린데다 기기마저 낡은 탓이다.

이에 따라 국립대학 전산소장들은 최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예산확보 등 개선책 마련을 위해 교육부.정보통신부.재경원 등과의 협의에 나섰다.

반면 몇몇 대학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국대의 경우 최근 강의.원격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전자칠판.교육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인터넷 강의와 화상회의식 세미나를 내년 3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강의 장면과 교육자료 등을 디지털 화상으로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주문형 화상시스템 (VOD:Video On Demand) 을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건국대는 이러한 인터넷 환경의 교육시스템을 서울캠퍼스뿐 아니라 충주캠퍼스에 설치, 서울~충주간 원격 화상회의를 통한 합동강의도 실시할 방침이다.

원낙연 기자

◇ 도움말 = ▶한선영 (韓善泳.건국대 정보통신원 교육지원센터 소장) ▶김형준 (金亨俊.㈜넥스트웨어 실장) ▶김진영 (金辰泳.강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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