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무관심 왜 확산되나…경제위기속 진흙탕 싸움 정치권 행태 염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선 날짜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꽁꽁 얼어 붙었다.

IMF의 구제금융 등 경제위기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치권의 이전투구 현상도 '선거 무관심' 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희태 (朴熺太) 한나라당 홍보본부장은 "무관심의 가장 큰 원인을 경제난" 이라면서도 "후보주변을 샅샅이 들춰내는 선거가 돼 버린 것도 한 원인" 이라고 분석했다.

최병렬 (崔秉烈) 선대위원장도 "최근 각종 조사결과 어떤 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져도 그것이 다른 후보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부동표로 흡수되고 있다" 며 "투표율이 70%대로 떨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유세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나라당 거리유세팀인 '새물결유세단' 을 이끄는 홍성우 (洪性宇) 공동선대위원장은 "유권자들의 냉랭함을 피부로 느낀다" 고 말했다.

국민회의 박지원 (朴智元) 총재특보는 "한동안 줄어들던 부동층이 최근 갑자기 20%이상으로 늘었다" 며 "이는 경제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치권에 대한 회의 (懷疑)에 기인한 바 크다" 고 분석했다.

이종찬 (李鍾贊) 대선기획본부장은 "선거무관심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투표일전 당직자들이 지하철역등에서 '투표합시다' 캠페인을 할 것" 이라고 밝혔다.

국민신당 박범진 (朴範珍) 사무총장은 "경제난에 찌들린 데다가 국민들의 정치무관심으로 부동층이 20~30%로 커지고 있다" 며 "이를 흡수하는데 선거 당락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말했다.

신당측은 기존의 조직선거가 자취를 감추게 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하고 TV매체에 강점을 보이는 이인제후보의 막판분발에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 월드리서치의 박인주 (朴仁周) 사장은 "유권자들은 '이런 경제난국을 어떤 지도자가 극복할 수 있겠느냐' 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1차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며 "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 는 불신감 때문에 투표율도 75% 내외로 크게 하락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