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감독들,제스처도 가지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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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프로농구 감독들의 제스처는 프로야구 감독들의 사인처럼 선수들에게 메시지로 전달된다.

선수들은 표정과 제스처만 보고도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제스처의 유형도 다양하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로 격려하는 '박수부대형' 이 있는가 하면 몸은 벤치에 앉았어도 마음은 코트를 누비고 있는 '흥분.파이터형' , 매순간 새로운 지시를 넣어가며 경기를 지휘하는 '훈수꾼형'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유형은 박수부대형과 훈수꾼형. 나래 최명룡.LG 이충희.삼성 김현준 감독등은 손이 부르틀 정도로 많은 박수를 보내는 박수파다.

그러나 이들의 박수엔 선수들을 격려하면서도 작전을 지시하는 두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당장 코트로 뛰어들 듯 격정적인 벤치매너를 지닌 현대 신선우.SK 안준호.SBS 강정수 감독은 칼로리 소모량이 선수 못잖은 흥분파다.

반면 대우 최종규.기아 최인선.나산 황유하.동양 박광호 감독은 상황에 맞춰 새로운 처방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는 훈수꾼형. 그러나 처음부터 제스처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전세에 따라 양상은 달라진다.

모든 감독들이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심판 판정이 불리하다 싶거나 진행 실수로 자기팀이 불리해지면 일제히 흥분해버리는 공통점이 있다.

소도구를 사용하는 감독도 있다.

이충희 감독은 볼펜을 교향악단 지휘자의 바통처럼 휘두른다.

SK 안준호 감독은 날카로운 인상을 가리기 위해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나온다.

감독의 제스처는 또하나의 상품이다.

요란한 제스처가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져 CF까지 출연한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작고) 씨처럼 멋진 제스처로 브라운관을 수놓을 농구감독이 곧 탄생할지도 모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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