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쌍용자동차 인수 공식발표…주식53.5% 모두매입 부채2조원 떠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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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키로 쌍용그룹과 합의한 내용을 8일 공식발표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산업의 지각 (地殼)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아래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이건희 (李健熙) 삼성회장이 최근 삼성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사를 인수하거나 인수될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업계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 김태구 (金泰球) 회장과 쌍용그룹 김덕환 (金德煥) 종합조정실 사장은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공식발표했다.

대우 金회장은 "쌍용그룹의 쌍용자동차 주식 53.5%를 대우가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달 중에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또 쌍용자동차의 부채 3조4천억원중 2조원을 대우가 떠안고 나머지 1조4천억원은 쌍용이 부담하며 쌍용자동차 주식에 대해서는 이달중 양측이 평가해 정산키로 했다.

대우가 떠안는 부채 2조원에 대해서는 원금상환을 10년간 유예후 일시불로 갚고 그동안은 이자만 지불한다.

금리지불조건은 은행권 차입금은 조흥은행 우대금리 (연리 8.5%) 를, 종금 및 보험사의 차입금은 여기에 1%를 더하기로 했다.

대우는 쌍용자동차의 이름을 바꾸되 대우자동차와 합병하지 않고 별도법인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 벤츠사의 쌍용차에 대한 지분확대 여부는 대우와 벤츠가 앞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金회장은 말했다.

이에 앞서 김석준 (金錫俊) 쌍용그룹회장은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과 15개 종금사 대표 등 채권단과 만나 쌍용자동차의 채무변제조건에 대해 합의했다.

쌍용그룹 金사장은 "연간 2천억원의 적자를 내온 쌍용자동차를 넘김으로써 그룹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면서 "부품공급업체인 쌍용정공.중공업 등의 처리에 대한 종합적인 구조조정안을 조만간 내놓겠다" 고 말했다.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에 따라 공급과잉의 지적을 받아온 국내 자동차 산업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우 金회장은 "이번 인수는 IMF 구제금융으로 초래된 국내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국내 대기업간에 이루어진 첫 우호적인 인수.합병 (M&A) 사례로 국내 산업계 구조조정의 좋은 선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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