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마늘모도 끊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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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8보 (129~147)]
黑.조한승 7단 白.안조영 8단

승리는 두려운 존재다. 패배가 가까워오면 실망과 함께 분노가 치밀지만 승리가 다가오면 두려움이 인다.

하변 흑진을 납작하게 만든 뒤 백△로 중앙까지 파고들어 백의 승리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10집일까. 어쩌면 11집쯤 되는지도 모른다.

비세의 조한승7단이 129로 뚝 끊는다. 모양이 무겁고 위태로워 금방 사고가 날 듯 보이지만 이런 강수는 불리한 쪽의 특권이다. 조7단은 경우에 따라 흑▲ 두점은 버린다는 계산이다. 백은 '참고도'처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별 이득이 없으므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안조영8단은 136으로 중앙 흑진을 한발 더 파고든다.

생각하면 흑은 전 재산을 기울여 중앙을 이룩했다. 그곳을 야금야금 파고드는 백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조7단은 이를 악물고 137로 힘을 비축하며 기회를 노린다.

순간 140의 마늘모가 떨어졌다. 마늘모는 전진하는 행마 중에선 가장 견고해 결코 끊을 수 없다. 유리한 안8단이 두려움 속에서 조심조심 흑진 속으로 또 한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철옹성의 흑진 속에서는 이 마늘모조차 무리수였다. 141부터 146까지 필연의 수순을 거쳐 147로 뚝 끊어진 것이다.

"140은 146에 둘 곳. 한점이 그냥 떨어져 다시 미세해졌다."(안조영)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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