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IMF 한파 대응책 찾기 고심…경영틀 원점서 새로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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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들이 'IMF한파' 를 이겨내기 위해 해외투자는 거의 유보 또는 연기하고 수출총력체제 구축에 나서는등 경영의 틀을 새로 짜고 있다.

대기업들은 특히 내년에는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금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신규사업은 최대한 미루고 기존 주력사업의 투자분까지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또 긴축재정으로 인해 예상되는 내수부진을 타개하면서 환율상승으로 생긴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출목표액을 10~30% 늘려 잡고 있다.

현대그룹은 8일 정몽구 (鄭夢九) 회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갖고 수출 증대에 총력을 기울이되 단기적으로는 현금 유동성확보에 주력키로 하는등 종합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투자.조직 30%, 경비 50%절감등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한데 이어 해외로 인력을 대폭 전환시키고 전략품목의 수출을 늘리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LG그룹은 내년도 경영 촛점을 안정적인 자금 흐름 확보에 두고 당초 8조5천억원으로 잡았던 내년 투자를 제로 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핵심사업인 반도체 투자부문도 대폭 축소하거나 미룰 방침" 이라며 "수출채산성이 회복된 만큼 각 계열사 수출 목표를 상향조정중" 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은 6조3천억원으로 잡았던 내년 투자 (해외 포함) 가운데 해외투자는 늦추고 국내투자는 줄이는 쪽으로 검토중이다.

대우는 내년 상반기중 착공키로 한 인천 송도 대우타운 개발사업도 연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는 내년수출목표를 올해보다 15% 늘어난 1백70억 달러로 확정하고 국내 전체임원의 30%인 2백50명을 해외로 돌려 해외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선경그룹은 한계사업으로 지목된 ㈜유공에라스토머등을 과감히 정리하고 적자 사업은 최고경영진이 직접 챙기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IMF와의 합의내용을 공식발표한 5일 재계는 '최악의 시나리오' 라고 허탈해 하면서 국내 금융과 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여파로 흑자기업 부도사태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여신 회수압박을 줄이고 기업의 채무축소노력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논평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중소기업 자금난 해결을 위해 상환유예와 한국은행 총액한도대출을 올해 3조6천억원에서 내년에는 5조6천억원으로 확대해 달라" 는 대 (對) 정부건의문을 채택했다.

현대.삼성.LG.대우등 대기업들은 주식시장의 조기개방등 외국인의 적대적 M&A가능성에 따른 '경영권방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기업화하려는 노력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낮춘 기업들이 피해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며 "경영권방어를 위해 자금을 주식에 묶어놓는 사태가 벌어지면 국내기업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무조건 주식시장 개방에 앞서 지주회사제도의 도입과 30대그룹에 대한 여신규제등 각종 규제를 풀어 앞으로 몰려 들어올 외국자금들과 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영렬·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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