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이후]세제개편안 내용(3)…조세저항 피하려 간접세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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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의 요구에 따라 세금 더 걷기에 나섰다.

이제 국민들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도 IMF구제금융의 여파가 미치게 됐다.

IMF가 한국정부에 증세 (增稅) 조치를 요구한 것은 금융권 부실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부실채권은 정부의 정책금융 때문에 생겼지만 그 부담은 금융권이 모두 떠안아왔다.

이게 한계에 이르러 IMF구제금융을 받게 된 이상 이제는 정부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결국 금융권 부실을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자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게 된 것. 정부가 4일 발표한 세제개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국민들이 세금내는 줄도 모르고 부담하는 간접세 쪽에 손을 많이 댔다.

소득세나 법인세등 직접세 보다는 걷기가 쉽기 때문이다.

우선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변리사등 전문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료는 물론 각종 학원.강습소등의 강습비에도 부가세가 붙는다.

변호사비나 학원비가 10%씩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이나 농.수.축협등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파는 물건에 부가세가 붙는다.

연금매장은 부가세가 안붙어 판매가가 시중보다 10%정도 쌌지만 앞으로 가격차이가 없어지게 됐다.

한국전력에 공급되는 면세 경유에도 세금이 붙어 전력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품목별로 10, 15, 20% 3단계로 돼있는 특별소비세율도 인상할 계획이다.

특소세는 지난해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춘바 있으나 내년에 다시 인상하는 것이다.

주로 사치성 소비재나 골프장 입장료등의 세율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는 감면대상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최저한 세율의 인상이나 포항제철등 공공법인의 세율인상등은 그동안 국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줄여준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수출업체에 지원되던 각종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도 상당부분 내년부터 끊겨 해당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내년에 약3조3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세목별로 얼마씩이 더 걷힐지 몰라 세수 추이를 봐가며 세금감면 대상의 축소폭을 조정할 방침이다.

증세조치는 IMF의 강제사항이라 불가피한 것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간접세 비중이 높아진다.

간접세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별소비세도 당초 사치성 소비재 수입 억제를 위한 취지가 퇴색돼 부가세로 통폐합해 간다는게 정부 방침이었으나 이번에 세율을 거꾸로 올려 세제 선진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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