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여성이 행복한 캠퍼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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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후 5시 이후 교내에서 회의를 하지 마세요.”

여성 연구원을 양성하기 위해 ‘남녀 공동참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도쿄대가 이런 이색 행동계획을 발표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도쿄대는 2003년부터 결혼과 출산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여성 연구인을 줄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에 추가된 내용은 ▶여성 연구인을 적극 채용하고 ▶가정과 직장이 양립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공식 회의는 오후 5시 이후 열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가사와 직장일을 해야 하는 여성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남성도 가사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후 5시까지 강의를 마친 뒤 회의하는 학부도 있어 일부 에서는 반발도 있지만 학교 측은 “ 의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강행키로 했다. 학교 측은 점심시간에 회의하거나 회의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현재 도쿄대의 상근 여성연구원 비율은 9%에 불과하다. 특히 기초과학과 이공계열은 더욱 낮다. 지난해 8월 이공계 학회가 남녀 연구원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연구원의 44%가 가정과 떨어져 혼자 근무한 경험이 있다. 특히 65%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 도쿄대의 목표는 2010년까지 상근 여성 연구원을 25%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개 캠퍼스에 교직원과 학생의 육아 지원용 보육원을 만들고, 생활과 육아상담을 담당하는 여성연구원 상담실도 설치했다. 올 2월에는 여성들이 서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 쏟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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