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슈만의 낭만적인 선율 흠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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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등. 피아노 머레이 페라이어, 베를린필/클라우디오 아바도, 소니 클래시컬 SK64577

피아노 독주곡과 가곡에 흠뻑 빠져있던 슈만이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등장하는 대규모 음악을 두번이나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만 적이 있다.

그후 아내 클라라와 결혼한 후 용기를 얻어 '피아노 협주곡 a단조' 를 완성한 슈만은 이곡을 가리켜 '교향곡과 협주곡.그랜드 소나타 사이에 위치한 어떤 것' 이라고 말했다.

이곡은 화려한 패시지와 테크닉을 과시하는 보통의 협주곡과는 거리가 멀다.

피아노가 펼쳐내는 주제들은 마치 아기자기한 소품들의 연속처럼 보인다.

피아노는 이들 주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케스트라가 잔잔한 배경을 깔아주다가 주제를 반복한다.

소니클래시컬과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25년째를 맞는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의 터치와 음색은 작품에서 과장할줄 모르는 슈만의 수줍음을 잘 나타낸다.

이미 잘 알려진 음악이라도 페라이어의 흐르는 듯한 프레이징과 섬세한 톤을 거치면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든다.

3악장의 오케스트라 합주 부분에서는 살아 꿈틀대는 선율이 느껴진다.

음악의 세포 (細胞)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바도의 치밀한 해석과 음악의 흐름을 중요시하면서 음들을 감싸안는 페라리어의 연주는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슈만이 협주곡이라는 틀 속에서 낭만적 서정을 추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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