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활약 유시훈 무관 전락 위기…'기성전' 도전권 놓쳐,요즘 인터넷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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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본에서 활약중인 유시훈7단이 자신의 바둑인생에서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柳7단은 일본의 7대타이틀중 5위의 '천원' 과 6위의 '왕좌' 를 갖고 있던 차세대 선두주자. 대삼관 (大三冠) 조치훈9단과 단둘이서 7대타이틀중 5개를 휩쓸어 4백여명의 일본기사들을 주눅들게 했던 26세의 청년기사다.

그런데 柳7단은 지난주 '왕좌' 를 잃었고 천원전에서도 막판에 몰렸다.

또 일본랭킹 1위 기전인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에서도 숙적 요다 노리모토 (依田紀基) 9단에게 패했다.

3인의 차륜전 (車輪戰)에 밀려 끝내 무관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이시카와 (石川) 현의 한 호텔 (百萬石)에서 열린 왕좌전 도전5번기 제4국에서 柳7단은 상승세의 신예 야마다 기미오 (山田規三生.25) 7단에게 白으로 불계패해 1승3패로 타이틀을 상실했다.

야마다7단은 지난해 다승랭킹 1위를 기록했고 올해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관서총본부의 떠오르는 별. 지난해부터 삼성화재배등 국제기전에 일본대표로 출전하면서 신인 기근의 일본 바둑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천원전에선 57세의 노장 구도 노리오 (工藤紀夫) 9단의 도전을 받아 현재 2연패를 당한 상태여서 남은 세판을 다 이겨야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는 힘겨운 처지다.

구도9단은 과거 정상급 다음의 강자그룹에 속했으나 최근엔 노쇠현상이 뚜렷해 柳7단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사태는 전혀 예상외로 흐르고 있다.

도전기 제3국은 오는 4일 열린다.

조치훈과 유시훈의 대결이 기대됐던 일본 최대의 기성전. 그러나 요다9단과 3번기로 벌어진 도전자결정전에서 柳7단은 1국에 이어 지난달 24일의 2국에서도 白으로 5집반을 져 도전권을 놓쳤다.

柳7단은 요다9단과 함께 조치훈의 뒤를 이을 쌍두마차로 선두경쟁을 벌여왔기에 이번의 패배는 더욱 아프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柳7단의 이같은 갑작스런 슬럼프에 대해 어머니 신용주씨는 "요즘 인터넷에 푹 빠져 있다.

평생 바둑만 두다가 세상의 다른 곳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인데 결국은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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