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어른들 앞서가는 초·중생 환경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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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말이면 서울 관악산 입구는 등산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수북이 쌓인다.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여름이면 악취가 난다. 그러나 5월이면 쓰레기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당초등학교 6학년 오형지, 방상헌, 이소미, 정찬희 어린이는 쓰레기장이 되곤 하는 자리에 친구들과 함께 묘목 100여 그루를 심는다. 지난달 28일 폐식용유로 만든 재생비누 60개, 헌옷, 안 쓰는 장난감 등 200여 품목을 학교 앞 공터에서 팔아 묘목 살 돈 30만원을 마련했다. 관악구청은 어린이들의 계획을 듣고 ‘그린오너제(녹지관리실명제)’가 따라 묘목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관악구청 자연생태팀 이규하 주임은 “학생들이 직접 관악산을 가꾸겠다는 생각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세상을 푸르게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낭비하는 학용품을 없애자”며 학급 친구들의 학용품 보유 현황을 조사하는 박지원(춘천 봄내초 5)양을 비롯해 경포대 앞바다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는 최종훈(강릉 율곡초 5)군, 이산화탄소 가계부 쓰기 운동을 벌이는 한상빈(서울 대도초 6)군 등 60명의 청소년이 그 주인공.

이들은 8월 대전에서 열리는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 어린이·청소년환경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다. 이 회의에는 100개국에서 10~14세 미래의 환경지도자 1000여 명이 참석한다.

한국 청소년들은 환경보전 실천 사례를 ‘수출’까지 했다. ‘빈그릇 바이러스’로 불리는 허진호(13·일산 백석중 1)군은 학교 급식 때 잔반을 없애자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빈그릇 운동’을 펼쳤다. 허군은 지난해 8월 노르웨이 스타방게르에서 열린 UNEP 회의에서 사례를 발표했고 필리핀 학생들이 “우리도 ‘빈그릇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요즘 허군은 매주 한 차례씩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필리핀 친구들과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세계 회의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허진호군을 비롯해 이규선(서울 은석초 6)양, 진하정(서울 구남초 6)양 등 4명의 한국 청소년은 11명이 뽑힌 세계환경회의 운영진 주니어보드(Junior Board)다. 허군 등 11명의 세계대표는 매달 세계 3만여 명의 어린이·청소년이 실천해야 할 것을 결정한다. 전현진 UNEP 한국위원회 청소년팀장은 “현재 UNEP에서 시행하는 ‘70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라며 “어린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지구를 바꾸는 데 자극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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