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바른선택]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집중인터뷰…총평(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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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때부터 '후보는 만들어지는 것' 이라는 개념이 확립됐다고 한다.

이회창후보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만 케네디의 경우 이 '만들어진다' 는 개념이 그 사람의 실제와는 무관한 '이미지' 를 뜻하는 것이라면, 李후보의 경우는 후보 자신이 '단련' 되고 있었다.

그는 그룹인터뷰 동안 쏟아진 다양한 질문에 비교적 자신감을 갖고 상세히 답했다.

그와 무관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까지도 잘 받아넘겼다.

생중계되지 않는 이날 인터뷰에서 있을 수 있는 동문서답이나 배석한 참모의 대리답변 같은 것은 없었다.

유일하게 그가 막혔던 대목은 하루 6천만원씩 까먹고 있는 무궁화위성의 처리문제였다.

그는 "그 문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고 질문자에게 되물었다.

결국 질문자로서는 李후보가 무궁화위성에 관해 내용을 알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기자의 눈엔 슬쩍 넘어가는 테크닉 구사로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자 종래의 '법대로' 라든가, '고집스런 샌님' 이라는 인상은 거의 걷혔다.

그렇다고 3金과 같은 노련함이라든가, 프로가 됐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인상과는 차이가 있는, 어떤 단단함이었다.

아마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경선 승리직후 지지율 50%를 달리다 15%안팎으로 추락할 때의 허탈감, 입안의 혀 같던 측근들조차 "마음을 비우라" 며 후보사퇴를 사실상 강요하던 순간의 당혹감, 학생때 '정경부인' 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는 부인이 대중앞에서 "도와달라" 며 눈물을 쏟는 것을 지켜보는 남편으로서의 참담함등이 그를 담금질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李후보는 상승세를 타는 그의 지지율이 화제로 올랐을 때도 웃지 않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며 먼저 정색했다.

유권자는 언제든 마음을 줄 수도, 갑자기 거둬갈 수도 있다는 점을 절감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조심스러움이었다.

李후보의 건강은 괜찮아 보였다.

그는 그룹 인터뷰팀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하루 세시간반밖에 못잘 때도 있다" 면서 "이 친구들이 놔두질 않는다" 며 신경식 (辛卿植) 비서실장과 맹형규 (孟亨奎) 선대위대변인등을 가리켰다.

인터뷰는 후보등록전 서울시내 호텔의 한 방에서 2시간여 진행됐다.

질문자들과의 공방이 거듭되면서 약속시간이 지나자 윤창중 (尹昶重) 보좌역은 "후보의 다음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며 양해를 구했다.

7개의 추가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李후보는 총총히 호텔의 다른 층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한나라당 입당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李후보를 기다리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있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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