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로드웨이는]1.무너지는 경계…디즈니, 뮤지컬시장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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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내 기업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에 직접 손을 대는 등 점차 브로드웨이가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선 뮤지컬이 인기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때맞춰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의 안팎을 시리즈로 소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지난 13일부터 개막된 뮤지컬 '라이언 킹' 의 등장은 브로드웨이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제작.마케팅사인 브로드웨이 아시아 시몬 제나트 대표의 '엄살' 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만 했다.

그녀는 " '라이언 킹' 의 등장으로 최근 붐을 이루던 단일 세트.배우중심의 저예산 뮤지컬은 설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고 단언했다.

그녀가 특정 작품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잇달아 선보여 어느 정도 히트를 치고 있는 '시카고' '라이프' '스모키 조의 카페' '사이드 쇼' '트라이엄프 어브 러브' 등을 상정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이들은 브로드웨이의 평균 제작비 (7~9백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범작 (凡作) 으로, 리바이벌이거나 가벼운 창작물이다.

'라이언 킹' 의 은밀한 '폭격' 은 일단 제작비면에서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라이언 킹' 은 이같은 중.소품 제작비의 두배에 가까운 1천4백만 달러 (1백40억원) 를 쏟아부어 관객을 현혹했다.

아주 유쾌하고 기발한 발상의 성공작이어서 '예술과 자본의 결탁' 운운은 속좁은 어불성설로 비쳤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의 전략은 단순히 '라이언 킹' 을 통한 돈벌이에 있지 않는 듯했다.

디즈니 공연 프로덕션 스킵 말론 부사장은 " '브로드웨이 지배구조의 재편' 을 염두에 두고 있다" 며 조심스런 전망을 했다.

공연장 ( 뉴42번가 뉴 암스테르담 극장) 을 49년간 장기 임대, 디즈니의 뮤지컬 버전을 계속 공연하면서 영화에 이어 브로드웨이에 디즈니 뮤지컬 왕국을 건설해 보겠다는 뜻으로 비쳤다.

3년전 극장을 빌어 초연했던 '미녀와 야수' 와는 전혀 다른 전략이다.

최근까지 브로드웨이는 슈베르트.네덜란더.주잠신 3대 극장주 체인의 과점체제로 유지돼 왔다.

이들은 브로드웨이 36개 극장중 30여개를 과점하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관뿐만 아니라 제작 프로듀서로서 활동하며 브로드웨이 총수입의 50%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늙은 '공룡' 인 셈이다.

이번 디즈니의 내습과 공격적 경영에 관해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흥행사들은 이런 카르텔에 도전장을 낸 혁명적인 변화의 전주곡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간극속에서 동어반복적인 미국 뮤지컬의 소재빈곤을 타파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였다.

뉴욕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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