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PSI 전면 참여 적극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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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정당별로 강경론과 신중론이 충돌하고 있다.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린 3당 대표 조찬회동에서도 “PSI와 관련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적극 참여,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신중으로 온도 차가 있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맞물려 PSI 참여 문제는 이번 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시각과 대응 강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PSI는 “국회 동의도 필요 없고 정부가 결정만 하면 되는”(이상희 국방부 장관)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전면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전면 가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계없이 PSI 가입은 우리의 자체 판단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시기와 관련해서는 신중론도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절차를 밟고 있지만 가입 시점의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밍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주변국들의 입장과 무관치 않다.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때만 해도 부시 미 행정부는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노무현 정부에 PSI 전면 참여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로 바뀐 뒤 미 측은 아직까지 PSI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 오래전부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주도로 시작된 PSI는 선박 검색을 위한 합동작전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반대론자들은 국가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민주당은 전면 참여에 반대했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좀 더 신중히 대처해야 하고 북한과의 갈등을 늘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선박 검색 행위는 군사적 행동을 동반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이 총재는 “정부 스스로 전면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말한 대로 해야 한다”며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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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VS 송민순=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외교 1차관으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상황을 관리했다. 그러나 지금 한 사람은 바뀐 정부의 외교부 수장으로, 다른 한 사람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으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유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PSI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검토 중이며 머뭇거리는 게 아니다. 북한의 반응은 하등의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중국이 반대하는 데다 한반도 주변에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단계에서 꺼낼 대책은 아니다”며 “신중하게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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