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 '김현준 농구' 절반의 성공…과감한 승부수 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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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병법에 있어 전투를 앞두고 장수를 바꾸는 일은 금기로 통한다.

프로농구에서 '시즌개막 = 전투개시' 로 볼때 97~98시즌 개막일이던 지난 8일 오전, 불과 37세의 김현준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삼성의 인사는 분명 금기를 어긴 도박이었다.

그로부터 2주일후, 삼성은 5승1패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시범경기에서 1승3패로 허덕였던 팀답지않게 강하고 끈질긴 팀이 됐다.

김현준 감독대행의 초반 전과는 안준호 (SK).이충희 (LG).강정수 (SBS) 등 4명의 신인감독 가운데 가장 눈부시다.

김대행의 발탁을 "지나친 무리수" 로 평가했던 농구전문가들이 이젠 "김현준이 이름값을 한다" 며 박수를 보낸다.

"5연승 끝에 23일 나산에 1패를 당했지만 방심의 결과일뿐" 이라고 변호까지 하면서…. 김현준 감독대행은 삼성의 무엇을 바꿔 놓았는가.

김대행은 철저히 선수들을 믿었고 선수들은 이 믿음에 초반 연승으로 화답했다.

멤버교체는 매번 성공적이었고 믿고 기용한 선수는 반드시 제몫을 해냈다.

한번 오름세를 타자 김대행의 작전에도 힘이 실렸다.

22일 LG전에서 20여초를 남기고 81 - 80으로 앞선 가운데 잇따른 파울작전으로 LG의 공격시간을 깎아내 1점차의 승리를 지킨 장면에선 신인감독답지않은 노련미가 빛났다.

'김현준농구' 의 특징은▶적절한 멤버교체▶과감한 승부수▶선수들과 함께 연습장을 누비는 열정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연세대 출신으로서 몸에 밴 '본능' 이 작용하는 것같다.

연세대 출신 지도자군은 정상윤 (작고) - 이성구 - 이경재 (작고) 선생을 거쳐 방열.김인건으로 이어진 후 신선우.최희암.박수교등이 맥을 잇는다.

60~70년대 존 번.도널드 휴스턴 같은 미국인 코치들이 거쳐가면서 연세대 농구는 개인기와 센터 활용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로 자리잡는다.

문경은.김승기등 스타가 많은 팀에 용병센터가 가세한 삼성은 매우 '연세대적' 이다.

초반성적만으로 김대행의 능력을 평가하기엔 때이른 감이 없지 않다.

'김현준 농구' 의 본모습이 드러나고 라이벌팀의 대비가 철저해지면 삼성의 성적이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전문가는 없다.

일각에선 '삼성 우승설' 이 벌써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시즌개막일에 전격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후 수렁에 빠진 삼성을 회생시켜 선두로 견인한 전과만으로도 김대행에게 후한 점수를 줘도 좋을 것같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김현준 농구는 '가능성' 을 지녔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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