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스타 CEO① - 남봉철 용인외고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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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철 교장은 “특목교육은 학력중심이 아닌 차별화된 인재를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교육계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다니는 스타 CEO(교장)들을 만난다. 복지부동 교육계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첫 자리로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의 남봉철(64) 교장을 만났다. 남교장은 10년 전 국내 처음으로 해외 명문대 유학 프로그램을 개설해 외국어고 운영에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개교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높은 진학 실적으로 기존 명문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교사들의 열의와 학생들의 투지 그리고 학생중심 교육프로그램 운영, 이 세 박자가 이룬 성과다. 올해도 졸업생 223명 중 서울대 43명을 포함, 75%가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방과 후 수업으로 기초부터 고급까지 AP(대학학점사전이수제)·SAT·토플·스포츠·악기 등80여개 강좌를 운영한다. 강좌는 학기 초 학생들과 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개설된다. 학생들은 1인1악기·1인1스포츠·1인1논문을 해야 졸업할 수 있다.”

-첫 졸업식 때 국제반 94명 전원을 해외 유명대에 보내 주목을 끌었다.
 “대원외고 교장이던 지난 1998년 교내에 국내 첫 유학프로그램 SAP(Study Abroad Plan)를 만들었다. 고교 3년을 마치고 바로 외국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교육은 해마다 서울대 입시 발표에 좌지우지됐다. 당시 정책에 따라 특목고 내신의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 200여명이 자퇴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 때 아이들이 갈 곳이 서울·연세·고려대밖에 없나 의문을 가지고 시각을 해외대학으로 돌리게 됐다.”

-일반 고교들이 이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제는 학생이나 정책이 아니라 교사에게 있다. 교사들이 이를 가르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강좌의 96%를 교사들이 소화한다. 수업 영어진행과 유학에 필요한 AP지도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교사 선발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사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이 무엇인가.
 “석·박사 학위는 기본이다. 전공지식 필기시험, 교직관 논술시험, 시범수업 동영상 촬영 등을 평가한 뒤 품성·자질에 대한 면접을 본다. 원어민 교사는 해외 현지에서 직접 선발한다. 학생들을 유학 보내야 하므로 회화실력만으로 뽑지 않고 AP지도능력을 진단한다.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심도 깊은 수업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교사들의 교수학습능력을 촉진시키는 방법이 있나.
 “수업만족도 조사를 각 학기말씩 1년에 두 차례 실시한다. 항목은 학생 평가와 교사 평가 각 10개씩 20개로 구성된다. 결과를 각 교사들에게 통보해 수업을 개선하도록 유도한다. 상위 10% 우수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저조한 교사는 앞으로 자기계발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할 때 반대에 부딪히진 않았나.
 “이를 검증할 실적이 없어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교육계 속성 상 관습을 탈피하는 것이매우 어렵다. 특히 사교육을 배제한데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컸다. 당시 학사일정에 간여하려는 대내외 외압도 많았다. 교사와 학부모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보수적인 교육계에서 혁신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학사영역과 경영마인드가 조화를 이뤄야한다. 발전이 멈추는 것은 구성원들이 타성에 젖어 안주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변화시키려면 구성원들이 새로운 것을 찾게끔 기대감과 활력소를 줘야 한다. 과거에 했던 걸 다시하면 자극이 안 된다. 180도 바꾸지 않아도 작년보다 새롭다는 느낌이 들도록 운영자는 해마다 새로운 팁을 제공해 혁신에 동참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교직원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나.
 “부서별로 점심을 함께 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듣는다. 참석인원은 8명 미만으로 제한한다. 이를 넘으면 대화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조직 간 소통에 중점을 둔다. 직원들이 서로 식구로 여기도록 가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본인이 지향하는 특목고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특목고 교육은 결코 학력 위주교육이 아니다. 그러려면 특목고 교육은 필요치 않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만드는 것이 특목 교육이다. 해외 대학에 잘 적응해 국제무대에서 재능을 인정받도록 훈련시켜주는 것도 특목고의 역할이다. 유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선 안 된다. 이들을 키워 국가발전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반고에서는 보기 힘든 각종 대외활동 교육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학생들에게 재학 중 경제교육·창업활동·아프리카 봉사활동·킬리만자로 등반·사막횡단·인턴십·해병대 캠프 참여 등을 강조한다. 학교 밖을 체험해야 자기가 사회에서 무엇을 할지, 대학에서 뭘 공부할지 결정할 수 있지 않겠나. 독창적이고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주는 것이 바로 특목 교육이다.”


프리미엄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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