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 1불도 내놓자…기업·지자체 외화절약·예금운동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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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외영업부 任대리, 24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 (北京) 출장' . 대우그룹 任모 (31) 대리는 최근 해외출장 명령을 받자마자 사내 PC통신망에 출장소식을 띄웠다.

출장소식이 뜨자마자 任대리 앞으로 중국 베이징사무실과 거래처에 서류.우편물등을 전해달라는 타부서의 요청이 쏟아졌다.

대우그룹은 최근 해외출장자가 타부서의 서류.물품까지 직접 운반토록 해 해외우편물 송달료를 아끼고 출장비도 해당국의 통화로 지급하는등 외화절약에 나섰다.

그런가하면 대전시는 최근 장롱속 자투리외화 모으기에 나서 19일 시청 현관에 외화모금함을 설치, 하룻동안 44달러.52마르크등 25개국의 동전.지폐를 모았다.

1달러도 아끼자 - .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에 외화지원을 요청하는등 국내 외환사정이 벼랑끝으로 몰리자 대기업.지방자치단체.사회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해외출장이 잦은 기업체는 외화절약.경비절감, 지방자치단체는 해외시찰.연수 자제, 사회단체들은 외화모으기.절약운동을 각각 벌이고 있다.

삼성 그룹 사회공헌팀은 20일부터 사원들을 대상으로 '소액화폐.서랍속 외화 모으기운동' 을 벌이고 있다.

LG상사도 외화절감을 위해 해외출장때 비행기 좌석등급을 낮추고 출장비도 사후 정산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공무원 15명의 중국 어학연수, 춘천시는 공무원 10명의 일본연수, 울산시는 우수공무원 20명의 해외연수를 각각 취소.연기했다.

경기도체육회도 내년에 개최될 전국체전 준비를 위해 가맹단체 임원 60여명이 12월3일부터 8일간 해외시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해 10만달러를 아꼈으며 광주의 소비자단체 녹색소비자연구원도 21일부터 '외국동전 기부및 달러 저축운동' 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외화절약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천리안.유니텔등 PC통신엔 "경제살리기에 시민들이 나서 '신 (新) 국채보상운동' '물산장려운동' 을 벌이자" 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천리안 李모씨는 "서랍속에 잠자던 2백달러를 은행에 갖다 맡기고 가족들과 함께 절약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고 말했다.

또다른 통신인은 "월드컵때 발휘한 애국심을 경제에도 쏟아 '소형차타기 운동' 을 벌이자" 고 주장했다.

한국PC통신은 상업은행과 공동으로 24일부터 90만 하이텔가입자를 대상으로 달러모으기에 나서 통신망에 '외환부족, 서랍속 1달러라도 모으자' 란 포럼을 개설해 국내 경제현실과 외환상황을 알릴 방침이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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