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장]가구 도장 분야 영창악기 김옥봉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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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피아노의 맑은 음을 찾아 쉼없이 30년을 달려왔습니다. "

국내 굴지의 피아노 제조업체인 영창악기 도장2과장 김옥봉 (金玉奉.53) 씨에게는 과장 직함외에 영예로운 직함이 한가지 더 있다.

가구도장 (塗裝) 분야 국내 유일의 명장 (名匠) 칭호가 그것이다.

지난 68년 24세때 영창악기에 입사해 피아노 도장 분야에서만 한우물을 파온 그에게 91년 정부가 수여한 이 칭호는 가슴 뿌듯한 자랑거리다.

검은색이나 다갈색의 피아노 표면을 거울처럼 얼굴이 비칠 정도로 광택나게 만드는게 그의 주된 임무다.

하지만 金과장은 "피아노등 악기의 도장은 광택만으로는 안된다" 고 말한다.

일반 가구의 경우에는 본래의 무늬를 살려주는 정도면 충분하지만 악기는 도장 공정에 따라 음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도장의 두께, 즉 도막이 두꺼워지면 맑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피아노 도장은 목재가 뒤틀리지 않고 색깔이 변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얇게 해야 한다.

이를위해 피아노에 불포화 폴리에스테르수지를 칠해야 하는데 공정상 5차례의 도장을 거치면서도 명함종이보다 얇은 두께 0.3㎜를 넘어선 안된다.

그러면서도 분포오차 (한쪽면에서 다른면까지의 두께차) 는 0.01㎜를 넘을 수 없다.

어려웠던 기억도 많았다.

"지금은 많은 공정이 자동화돼 있고 수작업도 스프레이를 쓰지만 20여년전만 해도 하나하나 붓으로 직접 페인팅해야 했다.

작업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유기용제와 래커 냄새를 맡으며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고 말한다.

또 "일본까지 가서 새로운 도장 기술을 익혀와도 정작 원료인 국산 도료의 품질이 따라주지 않아 기술이 무용지물이 됐을 때" 가 가장 가슴아팠다고 한다.

부족한 기술을 메우기 위해 피아노 프레임 도장시 래커에 금속분말을 섞어 뿌리는등의 독자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도장공정이 막 끝난 부품의 래커 냄새만 맡아도 도장상태와 완성품 피아노의 소리를 느낄 정도라는 金과장의 장인정신은 그렇게 형성됐다.

그런 그에게도 요즘은 걱정이 많다.

"불황이라 기업들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도장일이 3D업종으로 취급돼 신입사원이 드문 것이 더욱 큰 걱정" 이라는 것. 그가 맡고 있는 도장2과에도 최근 2년간 신입사원이 들어오지 않아 그의 뒤를 이을 도장의 달인이 나타날지도 의문이란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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