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 땐 남북관계 또 한 차례 난기류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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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로켓 발사로 남북 관계가 ‘시계 제로’가 됐다. 올 들어 북한의 개성공단 차단과 공단 내 남측 직원 억류에 이어 5일 로켓 발사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아 곳곳에 뇌관이 깔린 형국이다. 통일부는 전날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북측 인원과 불필요한 접촉 금지’ 등의 긴급 신변안전지침을 지시한 데 이어 이날은 “ 북한 내 체류 인원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현재 북한엔 개성공단 540명 등 총 582명의 남측 인원이 체류 중이다.

이날 개성공단에서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은 로켓 발사 이후 또 한 차례의 난기류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결의안에 대한 한·미 공조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가능성 등을 놓고 북한이 반발하며 남북 간에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이 계속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로켓 발사 직전이던 지난 3일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은 민족의 자랑인 위성 발사에 훼방 놓지 말라”며 “고도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위협했다. 다음 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PSI 전면 참여가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도 정부가 5일로 일주일째 접촉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심각한 남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은 지난 주말까지 유씨가 공단 내에 있다는 것만을 확인해 주고 일체의 접견을 거부해 우리 정부 역시 ‘맞대응 카드’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남북 관계가 예측 불가로 향하고 있음에도 북미 관계의 향배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북한학) 교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시도하는 북한도 미국이 나선다면 남북 관계를 일방적으로 악화시킬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남한을 볼모로 삼아 미국을 위협할 수 있지만, 북·미 관계 진척 과정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대남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가 진척되면 여름이나 가을철에 남북 관계에서 반전 조짐도 나올 수 있다는 ‘반팔론’ ‘단풍론’도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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