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DSLR,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 수입 전자제품 가격 줄줄이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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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국 전자업체들이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최근 한국 내 제품 판매값을 일제히 올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엔고 현상에 따라 올 1월 렌즈값을 인상한 데 이어 이달부터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제품군의 판매가를 5~15% 올렸다. 니콘이미징코리아도 이달 들어 D3·D700·D90 등 DSLR 카메라 가격을 5~10% 인상했다. 소니코리아 역시 2월에 3~5% 올린 카메라값을 최근 3~5% 추가 인상했다. 이 회사 비디오게임기의 가격도 4만원씩 올랐다. ‘플레이스테이션3’는 48만8000원(9% 인상),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은 26만8000원(18%)에 판매된다. 익명을 원하는 소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화가치 약세가 이어져 한국 판매가를 달러나 엔화로 환산하면 미국이나 일본 내 가격보다 상당히 싼 편이었다”며 “일본 관광객이 한국 출시 제품을 싹쓸이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나 가격을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 시리즈의 한국 내 판매가를 35% 정도 올렸다. 환율 기준을 달러당 1100원대에서 1400원 안팎으로 조정해서다. 애플코리아는 한국에서 대량으로 아이팟을 사들여 일본·동남아 등지로 역수출하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가격을 올린 뒤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환율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도 있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원가 상승분을 제외한 환율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중반부터 본사에 물품 대금 지급을 유예하는 방법으로 환율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제품을 예전 원화기준가격으로 팔고, 판매대금은 환율이 낮아질 때까지 유로화로 바꾼 뒤 본사로 보내는 것을 미루고 있다. 안 사장은 “본사가 무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재무 구조가 탄탄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한국은 8년 전 법인 설립 때부터 ‘한국에서 번 돈은 모두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킨 덕에 엔고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방일석 사장은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전 세계에 팔아 ‘1억 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본사 제품을 들여다 마진을 붙여 파는 다른 업체와는 달리 엔고 현상으로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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