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인제후보,'김대중후보 건강문제' 협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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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후보의 건강진단 문제를 둘러싼 각 후보진영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싸움의 속내는 분명하다.

70대 고령인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의 건강을 이슈화, 표를 깎아보자는 상대후보들의 의도에서 비롯한다.

신한국당이 15일 고위 대책회의를 열어 26일 후보등록과 함께 중앙선관위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후보들이 공개리에 건강검진을 받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신한국당측의 건강검진 공세는 13일 밤 김대중후보의 TV토론을 눈여겨 본 결과다.

당시 金후보는 후보등록과 동시에 건강진단서를 공개하겠다고는 했으나 패널들이 몇차례 제안한 서울대병원 진단에 대해서는 "10년 넘게 내 몸을 관리해온 주치의가 있는데 왜 꼭 서울대병원이어야 하느냐" 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신한국당이 이날 선관위 지정 병원에서의 검진을 제의했지만 사실상 서울대병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인제 (李仁濟) 후보의 국민신당은 기다렸다는 듯 신한국당 제의를 환영하고 나섰다.

신진 (申塡) 부대변인은 "총성 없는 전쟁의 선두에서 세일즈외교를 펼쳐야 할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건강은 가장 주요한 필수조건" 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이미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이를 제의한 바 있다" 며 한 걸음 더 나갔다.

申부대변인은 "이 마라톤대회에 다른 후보들은 노쇠하여 달릴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고 주장하며 "우리 당 이인제후보만 5.4㎞를 29분대에 완주했다" 고 이인제후보의 건강을 자랑했다.

특히 국민신당측은 "눈가리고 아웅식인 자기 주치의의 형식적 건강진단서는 국민기만행위" 라며 신한국당측의 대 (對) DJ공세에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이인제후보도 직접 나서 "조그만 회사에 입사할 때도 공인된 의료기관의 건강검진이 필수적" 이라며 "하물며 최고통치권을 행사하겠다는 후보가 7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주치의 소견에만 만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국민회의는 공개적으론 신한국당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밤 金총재의 TV토론으로 이미 갈음이 됐다" 는 입장이다.

그러자 이회창.이인제 후보 진영은 호재를 발견한 듯 더 열을 올리는 중이다.

사실 후보들의 건강을 둘러 싼 신경전은 그간에도 끊이지 않아왔다.

신한국당측은 당원용 구전홍보자료집을 통해 "모 후보는 술좌석에서 최근 괌에서 비행기사고로 죽은 의원을 불러오라고 했다더라" 며 노골적으로 DJ를 겨냥했다.

김대중후보가 13일 밤 TV토론때 스스로 이 얘기를 꺼낸 것도 더 이상 방치하면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92년 대선 당시 한 고령의 후보를 겨냥한 '기저귀' 운운한 유언비어등이 다소간 먹혀 들었던 전례를 의식했는지도 모른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 후반부에 金후보의 목소리가 갑자기 잠겼던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합동 건강검진의 명분을 달고 있다.

곁들여 선거운동기간중 있게 될 다자간 TV토론에선 미국처럼 후보가 서서 토론을 하자는 '아이디어' 도 내놓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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