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달러 실체’ 누구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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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씨 측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은 무관하다”며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

연씨의 변호인 격인 정재성 변호사는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부탁해 지난해 2월 송금을 받았다”며 “박 회장의 투자금 중 절반은 다른 곳에 투자를 했고, 나머지 절반은 홍콩 계좌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에게 자금 운용 상황을 보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화포천 정비사업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줬다”는 박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돈 거래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도 “이 돈과 노 전 대통령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돈 거래 이유와 성격 등은 연씨 측이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올해 들어 두 사람 간의 돈 거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회장이 돈을 건넨 이유로 댄 화포천 관련 진술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연씨는 대리인에 불과하며, 돈의 실제 소유주는 노 전 대통령이거나 노 전 대통령 형인 노건평씨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보낸 배경에는 두 사람을 의식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씨가 박 회장에게서 돈을 전달받고도 투자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데다 두 사람의 돈 거래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부탁한 것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박 회장이 연씨에게 돈을 보내기 전에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를 만나 “퇴임 후 대통령 재단을 만들 때 홍콩에 있는 500만 달러를 찾아가라”고 제안한 것도 두 사람의 돈 거래 배경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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