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주류-비주류 화해 훈풍…잇단 회동 민정·민주계 역할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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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훈풍 (薰風)' 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이회창총재와 박관용 (朴寬用) 의원이 만난데 이어 12일에는 李총재와 신상우 (辛相佑) 의원이, 13일에는 김윤환선대위원장과 박찬종 (朴燦鍾) 고문.辛의원의 회동이 계속됐다.

이들은 민정.민주계의 협조와 역할분담 방안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후보교체론까지 주장하던 비주류, '나갈테면 나가라' 며 냉소를 띠던 주류다.

험한 말도 서슴지 않았었다.

그런데 화해무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변상황의 변화 때문이다.

우선 이회창 - 조순 연대후 급상승한 李총재 지지율과 주춤하는 '이인제 바람' 을 들 수 있다.

3자 정립 (鼎立) 구도로 비주류의 이회창 불가론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자연히 탈당의 명분이나 '현실적 필요성' 도 약해졌다.

주류도 2위 탈환을 위해 비주류의 협조가 절실함은 물론이다.

李총재는 "5.6공 회귀는 절대 있을 수 없다.

나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개혁을 돕기 위해 감사원장.총리직을 수락했다" 며 朴의원을 다독거렸다.

김윤환위원장도 辛의원과 朴고문에게 "포항 필승대회의 '03마스코트 사건' 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산대회는 지역정서를 고려해 준비하겠다" 는등 비주류에 잔류 명분을 주느라 부심했다.

이에 따라 한때 집단탈당까지 고려했던 부산지역 민주계 의원들은 거의 잔류로 돌아섰다.

특히 정재문 (鄭在文).박관용의원은 소극적 관망자세를 넘어서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鄭의원은 "다수당에 남아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결국 金대통령을 돕는 것" 이라는 논리로 辛의원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재도 鄭의원을 중앙위의장에, 朴의원을 통일외무위원장에 각각 내정해 화답하고 있다.

미묘한 행보를 거듭하던 김덕룡 (金德龍) 공동선대위원장은 14일 "3金 청산을 위해 이인제후보는 신한국당 - 민주당 통합에 참여해야 한다" 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비주류의 다른 한 축인 서청원 (徐淸源) 의원은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

비주류의 '03마스코트 사건' 책임자 처벌요구를 포함, 투표일까지 한두차례의 갈등국면이 더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대로 봉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갈등수준은 지지율에 좌우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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