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영화 '콘택트' 내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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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외계인이 있을까?

무의미한 질문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환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영화들은 모두 외계인의 존재를 의심치 않는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외계인과 '접촉' 하게 되는가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일반인의 상상력을 종종 추월하는 듯한 현재에 영화 '접촉' 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는 종교적 신념과 외계인을 만나려는 과학적 노력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관객들에게 온갖 열정으로 외계인과 접촉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쇼의 사회자는 매혹적인 조디 포스터. 순수한 열정과 지성을 겸비한 이미지의 그녀는 어려서부터 무선통신에 빠져들어간 우주과학자로 몸소 광속을 넘어 외계로 날아가게 된다.

SF영화라고 해서 평소 과학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만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면 오산이다.

우선 원작은 대중적인 우주과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인데다 그가 96년 타계할 때까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가해 복잡한 전문용어와 숫자가 나열되는 과학 작품이 아니라 쉽게 와닿는 말과 그림들로 묘사된다.

게다가 세이건을 비롯한 우주과학 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으로 아마추어라면 수긍할수 밖에 없는 기술적 정확성을 기했다고 한다.

또 '백 투 더 퓨처' 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주변에 있는 시각효과팀들이 기술적 조형물과 우주여행 장면을 어떻게 장식했는지는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스탠리 쿠브릭의 '2001년 : 우주 오딧세이' ,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ET' 등에서 나왔던 매혹적인 우주 여행과 외계인 접촉 장면이 되살아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과학적 환상에다 '포레스트 검프' 식의 순박한 인간적 감동이 접목되면서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더구나 감성과 환상과 종교의 세계를 과학적으로도 수긍이 가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 저메키스 감독은 CNN을 총동원한다.

영화중에 실제로 CNN기자 25명이 리포트를 해대고 토크쇼 스타 래리 킹이 외계인과의 만남을 진지하게 토론한다.

지난 여름 전세계에 외계인 돌풍을 일으켰던 '맨 인 블랙' 의 경우 마치 옐로우 페이퍼에서 외계인을 보도했다면 '콘택트' 는 보다 신뢰도를 높여 무게있게 CNN이 현장 보도하는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 를 J.F.케네디와 악수시켰던 저메키스 감독은 이번엔 클린턴 대통령을 등장시켜 외계인과의 접촉 문제를 직접 거론하도록 한다.

CNN과 백악관을 동원하는 할리우드 특유의 '그럴듯한' 연출 방식이 극치를 이룬 셈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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